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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법

해가 져도 34도인 날, 어떻게 달려야 할까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6.3도까지 올라간 날이 있었습니다. 저녁 일곱 시에도 34.2도. 그런데 기온보다 더 걸린 것은 이슬점이었습니다. 기온이 내려가는 동안 이슬점은 오히려 올라갔고, 땀이 증발하지 못하는 조건이 밤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런 날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근거가 있는 것부터 순서대로 적었습니다.

글쓴이
정진영 대표원장 · 통증의학 전문의 · 직접 달리는 의사
주제
폭염에서 러닝 강도를 조절하는 법과 열순응
발행일
2026년 9월 2일

해가 졌는데도 왜 시원해지지 않을까요

기온이 내려가도 이슬점이 높으면 땀이 증발하지 못해 몸이 식지 않습니다.

그날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36.3도였습니다. 저녁 일곱 시 기온이 34.2도였고, 32도로 떨어진 시각은 밤 아홉 시였습니다.

2026년 8월 3일 서울의 시간별 기온과 이슬점을 그린 꺾은선 그래프. 낮 세 시 36.3도에서 밤 아홉 시 32도까지 기온이 내려가는 동안 이슬점은 24도대에서 26.7도로 올라간다

기상청 종관기상관측(ASOS) 서울 지점 관측값으로 직접 작성했습니다. 자료: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눈에 걸린 쪽은 아래 선입니다. 이슬점인데, 저녁 들어 기온이 4도 가까이 내려가는 동안 이 값은 거꾸로 올라갔습니다. 밤 아홉 시의 이슬점은 26.7도까지 올라 있었습니다. 몸은 땀이 증발할 때 식습니다. 공기가 이미 수증기를 잔뜩 머금고 있으면 그 증발이 더디게 일어납니다. 해가 넘어가도 시원해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런 날 도로에서 세션을 소화하는 게 훈련에 보탬이 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저는 실내로 들어갔습니다.

더우면 실제로 얼마나 느려질까요

마라톤 속도가 가장 잘 나오는 기온대는 대략 4도에서 10도 사이였고, 거기서 멀어질수록 속도가 떨어졌습니다.

기분 탓이 아닙니다. 대규모 마라톤 기록을 기상 자료와 함께 분석한 연구가 있습니다 [1]. 최고 속도가 나온 기온 구간은 4도에서 10도 부근이었습니다 [1]. 기록 수준별로 최적 기온이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 이 범위 안에 들어왔습니다 [1]. 그 구간에서 멀어질수록 속도는 낮아졌습니다. 기온이 올라가는 쪽으로 벗어날 때 낙폭이 더 컸습니다 [1].

그날 낮의 36.3도는 그 구간에서 27도 넘게 떨어져 있는 값입니다. 여름에 평균 페이스가 밀리는 걸 실패로 읽으실 이유가 없습니다.

더운 날 페이스를 지키려 하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몸은 위험해지기 전에 미리 출력을 줄여 둡니다. 페이스를 억지로 붙들면 그 제동을 밟은 채 가속하는 셈이 됩니다.

여름마다 러너들 사이에 도는 조언이 있습니다. 페이스 말고 노력으로 달리라는 것. 근거를 찾아보니 있었습니다.

35도와 15도 두 환경에서 같은 운동을 시킨 실험입니다 [2]. 더운 쪽에서는 출력과 허벅지 근육의 활성도가 초반부터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2]. 그런데 그 시점의 심부체온은 두 조건이 같았습니다 [2]. 체온이 위험 수준에 닿아서 느려진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결과입니다.

그래서 더운 날의 목표는 페이스 유지가 될 수 없습니다. 저는 그런 날 시계에서 페이스 화면을 아예 넘겨 두고, 심박과 체감만 봅니다.

목표 페이스가 있는 세션은 실내로 옮겨도 될까요

옮기는 편이 낫고, 경사를 1%에 두면 에너지 소비가 실외와 비슷해집니다.

벨트가 도로를 대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오래된 근거가 하나 있습니다. 1996년 연구에서 트레드밀 경사를 1%에 두었을 때 실외 러닝과 산소 소비량이 가장 가깝게 맞았습니다 [3]. 이 연구의 조건과 한계는 트레드밀과 실외 달리기를 비교한 글에 따로 풀어 두었습니다.

그날 실내에서 한 것은 서브역치 세션이었습니다. 6분 반복 다섯 번에 사이사이 짧은 회복, 워밍업과 쿨다운까지 더해 1시간 9분.

가민 화면 두 개. 위쪽 페이스 그래프에 6분짜리 반복 다섯 개가 목표 페이스 선에 맞춰 비슷한 높이로 서 있고, 아래쪽 심박 그래프에는 150대 중반에서 평평하게 이어지는 봉우리 다섯 개가 보인다. 평균 페이스 5분 17초, 평균 심박 138, 최대 164

폭염을 피해 실내로 옮긴 서브역치 세션. 가민 커넥트 화면 캡처입니다.

전체 평균은 1km당 5분 17초에 138bpm이었습니다. 심박 그래프를 보면 봉우리 다섯 개가 150대 중반에서 평평하게 이어지다 회복 구간에서 뚝 떨어집니다. 최대는 164bpm. 역치 위로 올라가지 않은 세션이라는 뜻입니다.

그날 강도는 심박을 기준으로 관리했습니다. 벨트 속도 표시에는 오차가 있어 페이스를 그대로 믿기 어려우니까요.

그해 여름 저는 노르웨이 싱글이라 부르는 서브역치 방식으로 훈련하고 있었습니다. 8월에는 롱런을 늘리고 마라톤 페이스 구간을 섞는 대회 준비로 넘어갈 계획이었습니다. 그런 훈련에는 바깥과 긴 시간과 고정된 페이스가 함께 필요합니다. 폭염에서는 이 세 조건이 한꺼번에 어그러집니다. 그래서 전환을 미뤘고, 실제로 넘어간 것은 8월 하순이었습니다. 실내에서 한 시간이면 끝나는 세션이라 그런 날에도 강도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트레드밀은 저절로 시원할까요

실내로 들어가도 바람이 없으면 몸이 잘 식지 않습니다. 선풍기를 앞에 두는 편이 낫습니다.

도로에서는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바람이 몸을 스칩니다. 그 바람이 땀을 걷어 가며 열을 함께 가져갑니다. 벨트 위에서는 제자리에서 뜁니다. 그 바람이 사라집니다.

에어컨을 틀어 둔 방이라도 사정은 같습니다. 저는 캠핑용으로 나온 무선 서큘레이터를 가방에 넣어 다닙니다. 요즘 무선 제품이 잘 나와서 쓸 만합니다.

트레드밀 콘솔 앞에 놓인 소형 무선 서큘레이터. 콘솔 화면 왼쪽에 GRADE 1.0, 오른쪽에 SPEED 10.6이 표시돼 있다

트레드밀 앞에 세워 둔 무선 서큘레이터입니다. 콘솔 왼쪽 GRADE 1.0이 앞 절에서 말한 1% 경사고, 사진은 제가 직접 찍었습니다.

열순응은 얼마나 해야 생기고 얼마나 남을까요

하루 60분 이상 땀이 나는 강도로 1~2주면 만들어지고, 열에 노출되지 않는 날마다 조금씩 빠져나갑니다.

국제 스포츠의학계가 낸 합의문에 준비 항목이 정리돼 있습니다 [5]. 열순응은 최소 1주가 필요하고 2주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5]. 조건이 붙습니다. 하루 60분은 넘겨야 하고, 땀이 충분히 나면서 체온이 올라가는 강도라야 합니다 [5]. 며칠만 해도 몸이 조금씩 반응하지만, 변화가 뚜렷해지는 데는 1주 정도가 걸립니다 [5].

빠지는 속도가 문제입니다. 더운 지역에서 20년을 훈련했다는 러너가 커뮤니티에 남긴 말을 봤습니다. 적응 자체는 확실히 생기지만 붙어 있는 기간이 짧더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메타분석이 그 감각에 숫자를 달아 줍니다. 열에 노출되지 않는 날이 하루 늘 때마다 심박수와 심부체온에서 얻은 적응의 약 2.5%가 사라졌습니다 [4]. 닷새 이상 시행하면 안정적인 적응이 생긴다는 것도 같은 분석에 나옵니다 [4]. 2주를 비우면 단순 계산으로도 3분의 1가량이 날아갑니다.

여름에 쌓은 적응이 가을 대회까지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열순응을 다룬 글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더울 때 수분과 회복은 어떻게 챙길까요

미리, 나눠서 마시고 끝난 뒤에는 줄어든 만큼보다 조금 더 채웁니다.

같은 합의문이 권고하는 내용입니다 [5].

  • 운동 전에는 두세 시간 간격으로 체중 1kg당 6mL가량을 나눠 마십니다 [5].
  • 한 시간을 넘기는 운동이라면 시간당 탄수화물 30~60g과 나트륨을 함께 챙깁니다 [5].
  • 끝난 뒤에는 줄어든 체중의 100~150%를 되채웁니다 [5].
  • 얼음 슬러시를 운동 전이나 도중에 마시거나 아이스 조끼로 체온을 미리 낮춰 두는 방법은, 더운 데서 오래 달릴 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5].

마지막 항목은 여름 대회를 앞둔 분들이 한 번 시험해 볼 만합니다. 평소 훈련에서 매번 챙길 것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기온이 30도를 넘으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목표 페이스가 걸린 훈련을 그런 날 도로에 내보내지 않습니다.

제 나름의 순서가 있습니다.

  • 기온이 30도를 넘으면 도로에서 페이스주를 잡지 않습니다. 날짜를 옮기거나 실내로 넣습니다.
  • 그래도 밖에 나가는 날이면 조깅으로 끝냅니다. 페이스 화면은 접어 두고 심박과 체감만 봅니다.
  • 미룰 수 없는 세션은 실내로 들여옵니다. 더위가 강도를 흔들지 못하니 그날의 질이 지켜집니다.

그리고 이상하면 멈춥니다. 머리가 아프거나 멍해지는 느낌, 오한과 소름, 땀이 갑자기 멎는 느낌. 참고 넘길 신호가 아닙니다. 서늘한 곳으로 들어가 몸을 식히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럴 때는 진료를 받아 보세요

더위 속에서 달리다 어지럼이나 두통, 구역, 땀이 멎는 느낌이 나타나면 그 자리에서 멈추고 서늘한 곳에서 몸을 식히십시오. 회복되지 않으면 응급 진료가 필요합니다. 한편 여름 내내 페이스를 억지로 붙들다 훈련 부하가 어긋나면 가을에 통증으로 돌아오는 일이 잦습니다. 정강이 안쪽이 아프다면 신스플린트와 피로골절의 구분을, 발뒤꿈치가 아침 첫발에 찌릿하다면 족저근막염을 먼저 읽어 보시고, 달린 뒤 발목이나 무릎이 아플 때 어느 시점에 진료가 필요한지도 정리해 두었습니다. 저희는 직접 달리는 마취통증의학과(통증의학) 전문의가 러너의 통증을 진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이런 점이 궁금합니다

더운 날 달릴 때 목표 페이스를 그대로 지켜야 하나요

더운 환경에서는 몸이 심부체온이 오르기도 전에 미리 출력을 줄입니다. 35도와 15도에서 같은 운동을 시킨 실험에서 더운 쪽은 출력과 허벅지 근육 활성도가 초반부터 떨어졌는데, 그 시점의 심부체온은 양쪽이 같았습니다. 그래서 여름에는 페이스 대신 심박과 체감을 기준으로 잡고, 평균 페이스가 느려지는 것은 정상으로 봅니다.

여름에 열순응 훈련은 얼마나 해야 효과가 생기나요

국제 스포츠의학계 합의문은 열순응에 최소 1주, 2주면 충분하다고 정리합니다. 하루 60분 이상, 실제로 땀이 많이 나고 체온이 오르는 강도여야 합니다. 며칠이면 몸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1주쯤 걸립니다.

열순응은 훈련을 쉬면 얼마나 빨리 사라지나요

메타분석에 따르면 열에 노출되지 않는 날이 하루 늘 때마다 심박수와 심부체온에서 얻은 적응의 약 2.5퍼센트가 사라집니다. 닷새 이상 시행하면 안정적인 적응이 생기지만, 2주를 쉬면 단순 계산으로도 3분의 1가량이 빠집니다. 대회를 앞두고 열순응을 해 두었다면 그 간격을 비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트레드밀로 옮기면 더위를 피할 수 있나요

실내로 들어가면 기온과 습도는 통제되지만 바람이 사라집니다. 밖에서는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스치는 바람이 땀을 걷어 가며 열을 함께 가져가는데, 제자리에서 뛰는 트레드밀에는 그 바람이 없습니다. 에어컨이 있어도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를 앞에 두는 편이 몸을 식히는 데 낫습니다.

참고문헌

  1. [1]El Helou N, Tafflet M, Berthelot G, Tolaini J, Marc A, Guillaume M, Hausswirth C, Toussaint JF. Impact of environmental parameters on marathon running performance. PLoS One. 2012;7(5):e37407. doi:10.1371/journal.pone.0037407 PMID: 22649525. https://pubmed.ncbi.nlm.nih.gov/22649525/
  2. [2]Tucker R, Rauch L, Harley YX, Noakes TD. Impaired exercise performance in the heat is associated with an anticipatory reduction in skeletal muscle recruitment. Pflugers Archiv. 2004;448(4):422-430. doi:10.1007/s00424-004-1267-4 PMID: 15138825. https://pubmed.ncbi.nlm.nih.gov/15138825/
  3. [3]Jones AM, Doust JH. A 1% treadmill grade most accurately reflects the energetic cost of outdoor running. Journal of Sports Sciences. 1996;14(4):321-327. doi:10.1080/02640419608727717 PMID: 8887211. https://pubmed.ncbi.nlm.nih.gov/8887211/
  4. [4]Daanen HAM, Racinais S, Périard JD. Heat acclimation decay and re-inductio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Sports Medicine. 2018;48(2):409-430. doi:10.1007/s40279-017-0808-x PMID: 29129022. https://pubmed.ncbi.nlm.nih.gov/29129022/
  5. [5]Racinais S, Alonso JM, Coutts AJ, Flouris AD, Girard O, González-Alonso J, Hausswirth C, Jay O, et al. Consensus recommendations on training and competing in the heat.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15;49(18):1164-1173. doi:10.1136/bjsports-2015-094915 PMID: 26069301. https://pubmed.ncbi.nlm.nih.gov/26069301/

이 글은 러닝 훈련과 과학에 관한 일반 정보이며 개인별 진단·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통증이 있다면 진료 상담을 받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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