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과학
"하프 기록 × 2"는 마라톤 기록이 될까요 — 리겔 공식을 세계신기록으로 검산했습니다
하프를 뛰고 나면 누구나 한 번쯤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이 기록에 2를 곱하고 조금 더하면 마라톤이 얼마쯤 나올까. 2026년 8월 하프 마라톤 세계신기록이 나오면서 한 선수의 10km·하프·마라톤 기록이 1년 반 사이에 다 모였길래, 그 계산을 세계 최정상의 숫자에 넣어 봤습니다. 그리고 같은 계산이 우리에게도 통하는지 따로 확인했습니다.
- 글쓴이
- 정진영 대표원장 · 통증의학 전문의 · 직접 달리는 의사
- 주제
- 리겔 공식으로 하프 기록에서 마라톤 기록을 예측할 때의 정확도와 한계
- 발행일
- 2026년 9월 2일
하프 기록에 2.08을 곱하는 계산은 어디서 왔을까요
리겔 공식은 거리가 늘어날 때 기록이 얼마나 더 걸리는지를 지수 하나로 정리한 경험칙입니다.
계산 자체는 단순합니다. 예상 기록 = 기존 기록 × (거리 비율)의 1.06제곱. 하프에서 마라톤이면 거리 비율이 2이고, 2의 1.06제곱은 약 2.08입니다. 러너들이 "하프 곱하기 2에 조금 더"라고 뭉뚱그려 말하는 그 '조금 더'의 정체가 이 지수입니다.
궁금한 건 그다음입니다. 이 '조금 더'가 누구에게나 같은 크기일까요. 마침 검산해 볼 재료가 한꺼번에 생겼습니다.
케젤차의 세 기록으로 검산하면 얼마나 맞을까요
한 선수의 10km, 하프, 마라톤 기록이 1년 반 사이에 모두 나왔습니다.
2026년 8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에티오피아의 요미프 케젤차가 하프 마라톤을 56분 51초에 달렸습니다. 킵리모가 갖고 있던 57분 20초를 29초 앞당긴 세계신기록입니다 [2]. 케젤차는 2025년에 10km 로드 세계기록 26분 31초를 세운 선수이기도 합니다. 이제 10km와 하프 세계기록을 한 사람이 쥐게 됐습니다.
마라톤 기록도 있습니다. 2026년 런던에서 사바스티안 사웨가 1시간 59분 30초로 우승했고, 케젤차가 1시간 59분 41초로 뒤를 이었습니다. 공인 대회에서 두 명이 나란히 2시간 벽을 넘은 첫 레이스였습니다.
여기에 공식을 넣어 봅니다. 런던을 뛸 당시 케젤차의 하프 최고 기록은 57분 30초. 2.08을 곱하면 1시간 59분 52초가 나옵니다. 실제 기록과 11초 차이입니다. 공식이 예측한 자리에 도착했고, 오히려 그 앞으로 조금 나갔습니다.
새 하프 기록 56분 51초를 넣으면 예상은 1시간 58분 31초. 공식을 믿는다면 다음에 겨냥할 자리가 그 언저리라는 뜻이죠.
10km 세계기록 26분 31초로도 해 봤습니다. 마라톤 환산은 2시간 1분 58초. 실제보다 2분 17초나 느린 예측입니다. 같은 선수, 같은 공식인데 출발하는 거리가 마라톤에서 멀어지자 결과가 흐트러졌습니다.

케젤차의 세 기록으로 검산한 리겔 공식. 기록과 대회 정보는 World Athletics 발표 기준이며, 새 기록에는 공인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직접 만든 계산 카드입니다.
생활 러너 4만 3천 명에게도 그대로 맞을까요
아마추어에게는 공식이 계산해 주는 기록보다 실제 완주 기록이 느린 쪽으로 어긋났습니다.
레이스 기록을 남긴 생활 러너 4만 3천여 명을 놓고 이 환산을 검증한 연구가 있습니다 [1]. 하프 거리까지는 공식이 잘 들어맞았습니다. 마라톤에서 갈라졌습니다. 공식이 내주는 기록보다 실제 완주 기록이 느린 경우가 많았고, 러너의 절반에서 그 차이가 10분을 넘었습니다 [1].
케젤차는 공식보다 빨리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대개 늦게 들어옵니다. 같은 공식인데 방향이 반대로 갈립니다.
왜 마라톤에서만 어긋날까요
하프 기록이 마라톤 후반을 버티는 능력까지 말해 주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스피드는 하프까지가 보여줍니다. 30km 너머를 버티는 힘은 다른 데서 옵니다. 마라톤 예측을 개선하려고 이 연구가 모형에 끌어들인 변수는 과거 레이스 기록들과 주간 훈련량이었습니다 [1]. 버티는 능력을 그나마 대변하는 숫자로 훈련량이 뽑힌 셈입니다.
10km 환산이 2분 넘게 빗나간 것도 같은 줄기로 읽힙니다. 짧은 거리일수록 마라톤에 대해 말해 주는 게 적습니다. 케젤차 같은 선수가 공식을 그대로 실현하는 것 역시 버티는 능력의 극단에 서 있기 때문일 겁니다.
서브3, 서브4를 노린다면 하프가 얼마나 나와야 할까요
매번 풀코스로 확인할 수는 없으니, 같은 공식을 뒤집어 목표에서 거꾸로 계산해 두는 편이 실용적입니다.
- 서브4 — 하프 1시간 55분 07초, 10K 52분 10초 안팎
- 서브 3시간 30분 — 하프 1시간 40분 43초, 10K 45분 39초 안팎
- 싱글(서브 3시간 10분) — 하프 1시간 31분 08초, 10K 41분 18초 안팎
- 서브3 — 하프 1시간 26분 20초, 10K 39분 08초 안팎
읽는 방향이 중요합니다. 이 기록이 나왔다고 목표가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이 기록조차 아직 안 나온다면 그 목표가 이르다는 신호, 그쪽으로 쓰는 목록입니다. 앞서 본 대로 이만한 기록을 가진 러너의 절반도 공식보다 10분 넘게 늦게 들어왔습니다 [1].
리겔 공식 자체가 해당 거리를 제대로 준비해 둔 러너를 전제합니다. 마라톤에 맞는 장거리 훈련이 쌓여 있을 때 성립하는 목록이라는 뜻이죠. 하프와 10K는 스피드를 증명합니다. 마라톤은 거기에 버티는 능력을 얹어서 요구합니다. 위 기록은 입장권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목표 페이스는 어떻게 잡을까요
계산기가 내준 숫자는 출발점으로만 두고, 목표 페이스는 훈련 반응으로 정합니다.
하프 기록을 갖고 계신다면, 저는 이렇게 쓰기를 권합니다.
- 하프 × 2.08은 잘 풀린 날의 값으로. 목표 페이스의 근거로 삼기에는 낙관적인 숫자입니다.
- 곱셈보다 최근 몇 주의 훈련량을 먼저 봅니다. 예측보다 10분 넘게 늦었던 절반이 누구였을지 생각하면, 순서가 그쪽입니다 [1].
- 답은 훈련 세션에서 나옵니다. 대회 준비기에 목표 페이스 언저리를 반복해 달려 보면, 그 페이스가 몸에 붙는지 아닌지가 계산기보다 빨리 드러납니다.
저도 11월 JTBC 마라톤 목표 페이스를 하프 환산으로 못 박지 않고 훈련 반응을 보며 다듬는 중입니다. 5월부터 8월까지 이어 온 노르웨이 싱글 방식을 8월 말에 접고 대회 준비 모드로 넘어온 참이라, 앞으로 몇 주의 반응이 답을 줄 겁니다. 공식에 여유를 얹는 쪽이 제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56분 51초를 킬로미터 단위로 쪼개면 2분 42초 페이스가 됩니다. 저라면 트랙 한 바퀴는 어떻게든 버텨 볼 수 있어도 그다음 바퀴는 장담 못 할 속도죠. 그 속도로 21킬로미터를 갔습니다. 기록은 다른 세계의 일입니다. 계산법은 우리도 그대로 씁니다.
통증이 생기면
목표 페이스를 당기려고 훈련을 올리는 시기에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는 일이 많습니다. 정강이 안쪽을 따라 아프다면 신스플린트와 피로골절의 구분을, 아침 첫 몇 걸음에 아킬레스건이 뻣뻣하고 아프다면 아킬레스건병증을 먼저 읽어 보시고, 달린 뒤 발목이나 무릎이 아플 때 어느 시점에 진료가 필요한지도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저희는 직접 달리는 마취통증의학과(통증의학) 전문의가 러너의 통증을 진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이런 점이 궁금합니다
하프 기록에 2를 곱하면 마라톤 기록이 되나요
마라톤은 하프의 두 배보다 조금 더 걸립니다. 리겔 공식은 그 몫을 지수 1.06으로 잡아서, 하프 기록에 약 2.08을 곱하면 마라톤 예상이 나옵니다. 다만 생활 러너 4만 3천여 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이 계산보다 실제 완주 기록이 느린 경우가 많았고, 절반에서 그 차이가 10분을 넘었습니다. 잘 풀린 날의 값으로 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리겔 공식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예상 기록은 기존 기록에 거리 비율의 1.06제곱을 곱해 구합니다. 하프에서 마라톤이면 거리 비율이 2이고, 2의 1.06제곱이 약 2.08이라 하프 기록에 2.08을 곱하게 됩니다. 10km에서 마라톤으로 넘어갈 때는 거리 비율이 4.2195이므로 곱하는 값이 훨씬 커지고, 출발 거리가 멀수록 예측이 덜 맞습니다.
서브3를 하려면 하프 기록이 얼마나 나와야 하나요
리겔 공식을 거꾸로 풀면 마라톤 3시간에 대응하는 하프 기록은 1시간 26분 20초 안팎, 10km는 39분 08초 안팎입니다. 이 기록이 나왔다고 서브3가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이 기록조차 아직 안 나온다면 목표가 이르다는 신호로 쓰는 기준값에 가깝습니다.
10km 기록으로 마라톤 기록을 예측해도 되나요
출발하는 거리가 마라톤에서 멀어질수록 환산이 덜 맞습니다. 하프 세계기록과 10km 세계기록을 함께 가진 선수의 기록으로 검산해 보면, 하프 기준 예측은 실제와 11초 차이였지만 10km 기준 예측은 2분 17초나 느리게 나왔습니다. 10km 기록은 스피드를 보여줄 뿐 마라톤 후반을 버티는 능력은 말해 주지 않습니다.
참고문헌
- [1]Vickers AJ, Vertosick EA. An empirical study of race times in recreational endurance runners. BMC Sports Science, Medicine and Rehabilitation. 2016;8:26. doi:10.1186/s13102-016-0052-y PMID: 27570626. https://pubmed.ncbi.nlm.nih.gov/27570626/
- [2]World Athletics. Kejelcha regains world half marathon record with 56:51 in Buenos Aires. 2026-08-23. https://worldathletics.org/competitions/world-athletics-label-road-races/news/world-half-marathon-record-buenos-aires-2026-yomif-kejel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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