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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과학

못 잔 날 뛰면 얼마나 느려질까 — 수면 부족과 지구력, 그리고 대회 전날 잠

바쁘면 잠부터 줄여 온 사람으로서 오래 궁금했던 대목이 있습니다. 진료가 고됐던 날 저녁에 달리면 금세 지치는데, 정작 잠을 설친 대회 아침에는 힘든 줄을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죠. 잘 잤다면 같은 노력으로 조금 더 갈 수 있었을까요. 수면과 지구력을 다룬 연구들을 모아 보니 답은 마지막 밤보다 며칠 앞쪽에 있었습니다.

글쓴이
정진영 대표원장 · 통증의학 전문의 · 직접 달리는 의사
주제
수면 부족이 지구력 기록에 미치는 영향과 대회 전 수면 전략
발행일
2026년 9월 2일

잠을 못 자면 지구력은 정말 떨어질까요

떨어집니다. 크기는 중간 정도이고, 연구들의 방향도 한쪽으로 모였습니다.

2023년에 나온 메타분석은 수면을 제한하거나 밤을 새운 뒤 지구력 운동을 시킨 연구 31편을 모았습니다. 참가자를 모두 합치면 478명이고, 효과크기는 38개가 나왔습니다 [1]. 합친 표준화 효과크기는 -0.52, 95% 신뢰구간은 -0.67에서 -0.38이었습니다 [1].

0을 기준선으로 두고 왼쪽에 표준화 효과크기 -0.52와 95% 신뢰구간 -0.67에서 -0.38을 표시한 그림. 왼쪽이 지구력이 떨어지는 방향

31편, 478명을 합친 결과입니다. Lopes 등(2023) European Journal of Sport Science의 수치로 직접 작성한 그림입니다.

잠을 설친 다음 날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만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훈련량이 많은 사람이라고 덜 흔들리지도 않았습니다. 걷기와 달리기와 사이클로 나눠도, 오전과 오후로 나눠도, 기록경기와 탈진할 때까지 하는 검사로 나눠도 큰 방향은 같았습니다 [1]. 다만 잘 훈련된 엘리트 지구력 선수에게 똑같이 나타나는지는 자료가 부족합니다 [1].

짧은 훈련보다 롱런에서 더 드러날까요

이 메타분석에서 결과를 가른 변수는 운동 시간이었습니다. 30분을 넘어가는 검사일수록 저하 폭이 컸습니다 [1].

30분이 생리학적인 절대 경계선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러 연구를 30분 이하와 초과로 갈라 놓고 봤을 때 나온 구분입니다 [1].

러너라면 겪어 본 장면일 겁니다. 짧게 끝내는 날은 어떻게든 버텨집니다. 지속주나 롱런으로 넘어가면 같은 페이스가 뒤로 갈수록 비싸집니다.

제가 진료로 지친 날 빠르게 달리다 금세 소진되는 것도 방향은 여기 맞습니다. 다만 제 경우에는 잠만 들어 있는 게 아닙니다. 하루 종일 쌓인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함께 얹혀 있어서 어느 하나를 원인으로 떼어낼 수는 없습니다.

대회 전날 설쳤는데 왜 뛸 만할까요

대회 전날 잠을 설치는 선수는 흔하고, 그 하룻밤과 성적 사이의 관계는 관찰 연구에서 뚜렷하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선수 103명에게 물었더니 열에 일곱 가까이가 대회 전날 평소만큼 자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이유로는 불안, 주변 소음, 화장실, 이른 경기 시작 시각이 자주 꼽혔습니다 [2]. 잠을 설친 선수들은 피로와 긴장을 더 느꼈고, 그럼에도 전날의 수면과 실제 경기 성적 사이에는 뚜렷한 관계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2].

새벽빛이 희미하게 드는 침실에서 러너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고, 곁에 러닝화와 배번, 시계가 놓여 있는 장면

대회 전날 잠을 설치는 러너는 드물지 않습니다. AI로 제작한 생활 이미지이며, 실제 인물이나 환자 사진이 아닙니다.

대회 아침에 별로 힘들지 않았다는 제 감각이 아주 이상한 것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전날 잠이 기록에 아무 영향도 없다고 읽으면 지나칩니다. 여러 종목의 선수를 관찰한 연구이고, 일부러 잠을 줄여 놓고 비교한 실험도 아닙니다 [2]. 경기의 긴장감 덕에 덜 힘들게 느낀 것인지, 그 앞에 잘 자 둔 덕인지도 이 연구만으로는 갈라낼 수 없습니다.

잘 자면 덜 힘들게 느껴질까요

느낌과 기록이 반드시 같이 움직이지는 않았습니다.

지구력 선수들에게 세 가지 수면 조건을 모두 겪게 한 교차시험이 있습니다. 잠자리에 머무는 시간을 늘린 조건에서 약 한 시간짜리 사이클 기록이 좋아졌는데, 운동자각도는 조건 사이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3]. 잘 잤을 때 돌아오는 몫이 편안함 쪽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비슷하게 힘든 상태로 조금 더 빨리 가는 형태일 가능성이요.

자각이 무뎌지는 쪽도 봐야 합니다. 하루 6시간씩 2주를 재운 실험이 있습니다. 인지 기능은 이틀 밤을 꼬박 새운 수준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스스로 매긴 졸림은 며칠이 지난 뒤로 더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4].

저는 오래 제가 짧게 자도 되는 몸, 이른바 숏슬리퍼라고 믿었습니다. 중고등학교와 대학, 인턴과 레지던트를 지나면서 바쁘면 잠부터 줄이는 게 습관이 됐으니까요. 이 연구를 읽고 나서 생각을 접었습니다. 짧게 자도 괜찮았던 세월이라기보다, 괜찮다고 느끼는 감각이 무뎌진 세월이었을 겁니다.

대회 전 잠은 언제 챙겨야 할까요

마지막 밤 하나보다 앞선 사흘 쪽이 근거에 가깝습니다.

지구력 선수 9명이 참여한 작은 교차시험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세 조건을 다 겪었습니다. 평소대로 자는 조건, 수면을 30% 줄인 조건, 잠자리에 머무는 시간을 30% 늘린 조건입니다 [3].

수면을 늘린 사흘 동안 실제로 잔 시간은 매일 8.2~8.6시간이었습니다. 나흘째에 잰 약 한 시간짜리 사이클 기록은 58분 42초에서 56분 48초로 당겨졌습니다. 평소 수면 조건과 견준 값입니다 [3]. 잠을 줄인 조건에서는 사흘째부터 기록이 느려졌습니다 [3].

두 칸으로 나뉜 카드. 왼쪽은 대회 전날 하룻밤에 대한 설명으로 선수 열에 일곱은 설치고 피로와 긴장은 늘었지만 성적과의 뚜렷한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내용, 오른쪽은 앞선 사흘 동안 매일 8.2~8.6시간을 자고 나흘째 사이클 기록이 58분 42초에서 56분 48초로 빨라졌다는 내용

대회 전 잠을 어디에 걸어야 하는지 정리한 카드입니다. Lastella 등(2014)과 Roberts 등(2019)의 수치로 직접 작성했습니다.

표본이 9명이고 사이클 종목이라 이 숫자를 마라톤 기록으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합니다. 대회 주간에 손댈 수 있는 자리는 전날 밤보다 그 앞의 며칠입니다.

그래서 저는 무엇을 바꿨을까요

대회 전날 밤에 걸던 힘을 그 앞의 며칠로 옮겼습니다.

평소 훈련일에는 잠을 훈련 변수의 하나로 놓고 봅니다. 진료가 고됐고 전날 잠까지 부족했다면, 그날 페이스가 안 나오는 것을 체력이 떨어진 신호로 읽지 않습니다. 몸이 무거운데 계획표의 숫자를 지키려 애쓰기보다 강도나 시간을 덜어냅니다.

대회 주간에는 전날 밤을 완벽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접었습니다. 대신 그 앞의 며칠을 챙깁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눕고, 곧장 잠들지 못하더라도 누워 있을 시간을 넉넉히 잡는 쪽입니다.

가을 대회 전날 또 뒤척인다면, 그것만으로 이미 졌다고 셈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예전처럼 그냥 출발선에 서 볼 생각입니다. 잘 잤다면 같은 힘듦으로 조금 더 갈 수 있었을 가능성만 마음 한구석에 남겨 두고요.

통증이 생기면

못 잔 날의 무거움은 자고 나면 돌아옵니다. 돌아오지 않는 신호도 있습니다. 정강이 안쪽을 따라 아프고 아픈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면 신스플린트와 피로골절의 구분을 먼저 읽어 보시고, 달린 뒤 발목이나 무릎이 아플 때 어느 시점에 진료가 필요한지도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저희는 직접 달리는 마취통증의학과(통증의학) 전문의가 러너의 통증을 진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이런 점이 궁금합니다

잠을 못 자면 러닝 기록이 얼마나 떨어지나요

수면을 제한하거나 밤을 새운 뒤 지구력 운동을 시킨 연구 31편, 참가자 478명을 합친 메타분석에서 표준화 효과크기는 마이너스 0.52였고 95% 신뢰구간은 마이너스 0.67에서 마이너스 0.38이었습니다. 중간 정도 크기의 저하이고 방향도 한쪽으로 모였습니다. 다만 이 값은 표준화된 크기여서 몇 분 몇 초로 곧장 옮길 수 있는 숫자는 아닙니다.

마라톤 대회 전날 잠을 못 자면 기록이 나빠지나요

선수 103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약 70퍼센트가 대회 전날 평소보다 잘 자지 못했다고 답했고, 잠을 설친 선수들은 피로와 긴장을 더 느꼈습니다. 그런데 전날 수면과 실제 경기 성적 사이에는 뚜렷한 관계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부러 잠을 줄여 비교한 실험은 아니고 여러 종목 선수를 관찰한 연구여서, 전날 잠이 기록에 아무 영향이 없다는 결론까지 끌고 가기는 어렵습니다.

대회 전 수면은 언제부터 챙겨야 하나요

지구력 선수 9명이 참여한 작은 교차시험에서 사흘 동안 잠자리에 있는 시간을 늘려 매일 8.2에서 8.6시간을 잔 뒤 나흘째 약 한 시간짜리 사이클 기록이 좋아졌고, 반대로 잠을 줄인 조건에서는 사흘째 기록이 느려졌습니다. 표본이 작고 사이클 연구라 마라톤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지만, 대회 전날 하룻밤을 완벽하게 만들려 애쓰기보다 앞선 며칠을 챙기는 편이 근거에 가깝습니다.

잠을 못 잔 날 훈련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수면 부족의 영향은 30분을 넘는 검사에서 더 크게 나타났으므로, 못 잔 날에는 롱런이나 지속주처럼 오래 가는 세션을 그대로 밀어붙이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워밍업에서 평소보다 힘들게 느껴지면 강도를 낮추거나 시간을 줄입니다. 짧은 운동이 상대적으로 덜 흔들렸다는 결과를 잠을 못 잔 날 빠른 인터벌을 해도 된다는 뜻으로 읽지는 않습니다.

참고문헌

  1. [1]Lopes TR, Pereira HM, Bittencourt LRA, Silva BM. How much does sleep deprivation impair endurance performanc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European Journal of Sport Science. 2023;23(7):1279-1292. doi:10.1080/17461391.2022.2155583 PMID: 36472094. https://pubmed.ncbi.nlm.nih.gov/36472094/
  2. [2]Lastella M, Lovell GP, Sargent C. Athletes' precompetitive sleep behaviour and its relationship with subsequent precompetitive mood and performance. European Journal of Sport Science. 2014;14(Suppl 1):S123-S130. doi:10.1080/17461391.2012.660505 PMID: 24444196. https://pubmed.ncbi.nlm.nih.gov/24444196/
  3. [3]Roberts SSH, Teo WP, Aisbett B, Warmington SA. Extended sleep maintains endurance performance better than normal or restricted sleep. 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 2019;51(12):2516-2523. doi:10.1249/MSS.0000000000002071 PMID: 31246714. https://pubmed.ncbi.nlm.nih.gov/31246714/
  4. [4]Van Dongen HP, Maislin G, Mullington JM, Dinges DF. The cumulative cost of additional wakefulness: dose-response effects on neurobehavioral functions and sleep physiology from chronic sleep restriction and total sleep deprivation. Sleep. 2003;26(2):117-126. doi:10.1093/sleep/26.2.117 PMID: 12683469. https://pubmed.ncbi.nlm.nih.gov/12683469/

이 글은 러닝 훈련과 과학에 관한 일반 정보이며 개인별 진단·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통증이 있다면 진료 상담을 받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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