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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화는 언제 바꿔야 할까 — 523km에 부러진 카본화

트랙 세션을 마치고 나니 신발이 먼저 은퇴해 있었습니다. 겉은 멀쩡한데 발을 디딜 때마다 미드솔 안에서 뚝, 하고 부러진 소리가 났습니다. 그런데 러닝화가 수명을 다했다는 말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밑창이 닳았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다른 것이 먼저 끝난다는 뜻일까요.

글쓴이
정진영 대표원장 · 통증의학 전문의 · 직접 달리는 의사
주제
카본화와 훈련화의 수명을 정하는 것과 교체 시기
발행일
2026년 9월 2일

겉이 멀쩡한 신발이 왜 은퇴할까요

러닝화에서 먼저 끝나는 것은 밑창의 고무가 아닙니다. 미드솔 폼의 반발입니다.

트랙 세션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발을 디딜 때마다 미드솔 안쪽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폼 속에 묻혀 있던 카본 막대, 아디제로 프로4가 에너지로드라 부르는 그 부품이 나간 겁니다. 눈으로는 잡히지 않고 소리로만 티가 납니다.

2025년 1월 17일에 처음 신었고, 마흔네 번 신고 523.5km를 달린 신발이었습니다. 크고 작은 대회도 이 신발로 뛰었으니 레이싱화로는 할 몫을 했다고 봅니다.

가민 커넥트 신발 관리 화면. 아디다스 아디제로 프로4, 활동 44건, 최초 사용 2025년 1월 17일, 누적 523.5킬로미터로 권장 644.0킬로미터에 근접

가민에 기록된 프로4의 주행 거리. 제 훈련 기록 화면을 그대로 캡처했습니다.

그런데 "할 몫을 했다"는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따져 보면 답이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밑창이 닳아서일까요. 카본이 부러져서일까요. 둘 다 아닙니다.

카본 플레이트는 정말 튕겨 주는 걸까요

신발의 절감분을 만드는 쪽은 플레이트보다 폼입니다.

2017년 나이키 베이퍼플라이가 나왔을 때, 기존 마라톤화와 견줘 같은 속도로 달리는 데 드는 에너지가 평균 4% 줄었다는 측정이 나왔습니다 [1]. 고수준 선수 열여덟 명 전원에게서 같은 방향이 나온 결과였고, 마라톤 판을 흔든 숫자입니다. 그래서 다들 카본 플레이트가 스프링처럼 튕겨 준다고 이해했습니다.

이 짐작을 정면으로 겨눈 실험이 있습니다. 베이퍼플라이의 앞발 부위 플레이트를 여섯 군데 잘라 놓고 달리게 했는데, 러닝 이코노미에는 유의한 차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2]. 연구진은 절감분이 폼과 기하 구조와 플레이트의 조합에서 나온다고 정리했습니다 [2]. 무대 한가운데 서 있던 것은 페바(PEBA)였던 셈입니다. 가벼우면서, 눌렀다 놓았을 때 에너지를 많이 되돌려 주는 소재입니다. 플레이트는 그 물렁한 폼 안에서 발을 안정시키고 발가락 관절에서 새어 나가는 에너지를 줄여 주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프로4는 그 조연의 생김새가 좀 다릅니다. 여느 카본화는 숟가락처럼 휜 판을 한 장 넣어 폼 사이에 끼워 둡니다. 아디다스는 판 대신 발허리뼈를 따라가는 카본 막대 다발을 심었고, 그게 에너지로드입니다. 판보다 발의 움직임을 따라 휘어 주는 대신, 막대가 하나씩 따로 부러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보통의 카본화에 들어가는 전장 카본 플레이트와 아디다스 에너지로드의 막대 다발 구조를 나란히 비교한 모식도. 막대 하나가 부러진 모습이 표시되어 있다

판 한 장을 넣는 방식과 막대 다발을 심는 방식의 차이. 제품의 실제 형상과 개수를 단순화해 직접 그린 구조 모식도입니다.

뚝뚝거리는 신발을 들고 그 절단 실험을 떠올렸습니다. 로드가 나간 줄도 모르고 그날의 마지막 구간까지 페이스가 잘 올라갔거든요.

그럼 수명을 정하는 건 무엇일까요

주연이 늙는 것이 문제입니다. 폼의 반발은 450km 근처에서 대부분 소진됩니다.

훈련된 러너 스물두 명에게 페바 카본화와 EVA 카본화를 신기고 러닝 이코노미를 잰 실험이 있습니다 [3]. 새 신발끼리 견주면 페바 쪽이 1.8% 유리했습니다 [3]. 그런데 두 신발을 각각 450km씩 신긴 다음 다시 재자 페바만 2.3% 나빠지면서 둘의 차이가 지워졌습니다. EVA 쪽은 변화가 없었고요 [3].

새 신발과 450km 신은 신발의 러닝 이코노미를 비교한 카드형 그림. 새것일 때 페바 카본화가 EVA 카본화보다 1.8% 유리했고, 450km 뒤에는 페바만 2.3% 나빠져 차이가 사라졌다는 내용

논문의 수치로 직접 만든 요약 카드입니다. 출처: Rodrigo-Carranza V, et al. Scand J Med Sci Sports. 2024;34(1):e14526.

레이싱화의 이점이 폼의 반발에서 나오고, 그 반발은 450km쯤에서 다 쓴다는 이야기입니다. 밑창이 멀쩡해 보여도 그렇습니다. 다만 이 실험이 쓴 것은 한 브랜드의 모델이라, 모든 폼이 같은 속도로 낡는다고 넘겨짚기는 어렵습니다. 더 오래 버티는 폼이 있다는 측정도 있고, 러너들의 체감은 제품마다 갈립니다.

2.3%가 사소해 보일 수 있습니다. 대사량 절감을 기록으로 환산하는 계산법을 빌려 오면 [4], 풀코스에서 분 단위가 움직이는 크기입니다. 러닝 매체들이 흔히 말하는 200~500km 수명설도 대체로 이 근처에 있고요.

제 프로4는 523km를 달린 신발이었습니다. 카본이 부러지기 한참 전에 이미 숫자상으로는 레이싱화의 자격을 잃은 상태였던 셈이죠. 그런데 저는 그 변화를 발로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세션에서도 반발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은 없었거든요. 로드가 부러진 것도 발로 알았다기보다 귀로 알았습니다. 헌 신발이 낡았다는 사실을 새 신발을 신어 보고서야 깨달았다는 이야기가 러너들 사이에 흔하고요. 그러니 감보다 거리로 셀 수밖에요.

훈련화도 같은 속도로 늙을까요

500~800km라는 오래된 숫자는 사십 년 전 신발에서 나왔습니다.

이 숫자의 뿌리는 1985년입니다. 기계로 러닝화 뒤꿈치를 반복해서 두들긴 시험이 있었는데, 250500마일, 그러니까 400800km를 달린 셈이 되자 충격흡수가 새것의 60%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5]. 사람이 실제로 신은 신발은 이보다 완만하게 낡아서 70% 언저리를 유지했지만, 방향은 같았습니다 [5].

미드솔 폼을 현미경 아래에 올려 본 연구도 있습니다. 500km를 달린 EVA 폼에서는 발바닥에 걸리는 최대 압력이 평균 두 배로 올라갔고, 750km 지점에 이르자 폼 속 기포 벽이 주름지고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6].

이십 년, 사십 년 전 신발 이야기라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그사이 미드솔은 소재부터 발포 방식까지 다른 물건이 됐고, 요즘 훈련화가 그 시절 곡선을 그대로 따라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1,000km를 넘겨 신었다는 러너가 드물지 않고요. 그래도 방향까지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앞의 페바 실험이 보여줬듯 [3], 최신 폼도 낡는 것 자체는 피하지 못했습니다. 속도가 느려졌을 뿐입니다.

쿠션이 죽으면 다치기 쉬울까요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이 연결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생각만큼 많지 않습니다.

러너 247명에게 부드러운 미드솔과 뒤꿈치 부위가 15% 더 단단한 미드솔을 무작위로 나눠 신기고 다섯 달을 따라간 시험에서, 두 그룹의 부상 위험에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7]. 미드솔의 단단하기가 부상 위험을 가르지 못한 겁니다.

또렷하게 나온 쪽은 다른 변수였습니다. 러너 264명을 22주 동안 따라간 연구에서, 여러 켤레를 번갈아 신은 러너의 부상 위험이 한 켤레만 신은 러너보다 39% 낮았습니다 [8]. 낡음 자체보다, 같은 자극이 같은 자리에 쌓이는 쪽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 바꿔야 할까요

거리 계산이 답의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용도 변경입니다.

대회에 신을 신발이라면 길들이기와 대회를 합쳐 400km 안쪽에서 레이스를 마치도록 미리 계산해 두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반발이 사라진 뒤에 레이스를 맞이하는 일만 피하면 됩니다.

나머지 절반은 신발을 버리지 않는 방법입니다. 반발이 사라졌어도 신발 자체는 멀쩡합니다. 조깅용으로 강등시켜 계속 신는 분이 많고요. 제 프로4도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로드가 부러진 뒤로도 달리는 데는 지장이 없었으니, 소리 정도는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은퇴한 레이싱화는 어디에 쓸까요

프로4보다 먼저 물러난 프로3는 1,074km를 찍은 지금도 뛰고 있습니다. 트레드밀 위에서만요.

쿠션이 죽었을 걱정이 되기는 해서, 충격을 받아 주는 댐퍼가 달린 트레드밀 위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마침 근거도 조금 있습니다. 세 명의 정강이뼈에 스트레인 게이지를 직접 심고 시속 11km로 달리게 한 측정에서, 맨땅 달리기의 변형과 변형률이 트레드밀보다 48~285% 높았습니다 [9]. 은퇴한 레이싱화의 일자리로 나쁘지 않은 셈이죠.

가민 커넥트 신발 관리 화면. 아디다스 아디제로 프로3, 누적 1,074.4킬로미터로 권장 800.0킬로미터를 초과했고 활동 76건, 최초 사용 2024년 11월 26일

앱은 최대 사용을 넘겼다고 알려 주지만 트레드밀에서는 아직 현역입니다. 제 훈련 기록 화면을 그대로 캡처했습니다.

다만 같은 논문은 트레드밀 러너가 정강이뼈를 튼튼하게 만드는 자극도 그만큼 덜 받는다고 적었습니다 [9]. 세 명을 잰 측정이니 크게 기대어 읽을 숫자도 아니고요. 훈련 전부를 트레드밀로 옮기는 선택은 그래서 권하지 않습니다.

통증이 생기면

신발을 바꾼 뒤에 아프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낡은 신발로 거리를 늘리다 아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강이 안쪽을 따라 아프다면 신스플린트와 피로골절의 구분을, 아침 첫걸음에 발뒤꿈치가 찌릿하다면 족저근막염 쪽을 먼저 읽어 보시고, 새 신발을 신은 직후부터 발등이 아프다면 끈 꿰는 자리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직접 달리는 마취통증의학과(통증의학) 전문의가 러너의 통증을 진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이런 점이 궁금합니다

카본화는 몇 km에 바꿔야 하나요

훈련된 러너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페바 폼을 쓴 카본화는 450km를 신은 뒤 러닝 이코노미가 약 2.3% 나빠졌고, 새것일 때 있었던 EVA 대비 이점이 사라졌습니다. 밑창이 멀쩡해 보여도 반발은 그 무렵 대부분 소진된다는 뜻입니다. 대회용으로 쓸 신발이라면 길들이기와 대회를 합쳐 400km 안쪽에서 레이스를 마치도록 계산해 두면 마음이 편합니다. 다만 이 실험은 한 브랜드의 모델로 한 것이라 모든 폼이 같은 속도로 낡는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러닝화 밑창이 안 닳았으면 계속 신어도 되나요

밑창의 마모는 러닝화의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레이싱화에서 먼저 사라지는 것은 미드솔 폼의 반발이고, 겉으로는 표가 나지 않습니다. 훈련화 쪽 연구에서도 500km를 신은 신발에서 발바닥에 걸리는 최대 압력이 두 배로 올라간 측정이 있었습니다. 신은 거리로 세는 편이 눈으로 보는 것보다 낫습니다.

쿠션이 죽은 러닝화를 신으면 부상 위험이 올라가나요

이 연결을 뒷받침하는 연구는 생각만큼 많지 않습니다. 러너 247명에게 부드러운 미드솔과 15% 더 단단한 미드솔을 무작위로 나눠 신기고 다섯 달을 따라간 시험에서 두 그룹의 부상 위험은 차이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뚜렷한 쪽은 신발 로테이션이어서, 여러 켤레를 번갈아 신은 러너의 부상 위험이 한 켤레만 신은 러너보다 낮았습니다.

은퇴한 레이싱화는 버려야 하나요

반발이 사라진 레이싱화도 신발로서는 멀쩡하니 조깅용으로 용도를 바꿔 더 신는 분이 많습니다. 저도 앞서 은퇴한 레이싱화를 충격을 받아 주는 트레드밀 위에서만 신기고 있습니다. 다만 트레드밀은 정강이뼈에 걸리는 부하가 낮은 대신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 자극도 적다는 측정이 있으므로, 모든 훈련을 트레드밀로 옮기는 선택은 권하지 않습니다.

참고문헌

  1. [1]Hoogkamer W, Kipp S, Frank JH, Farina EM, Luo G, Kram R. A comparison of the energetic cost of running in marathon racing shoes. Sports Medicine. 2018;48(4):1009-1019. doi:10.1007/s40279-017-0811-2 PMID: 29143929. https://pubmed.ncbi.nlm.nih.gov/29143929/
  2. [2]Healey LA, Hoogkamer W. Longitudinal bending stiffness does not affect running economy in Nike Vaporfly shoes. Journal of Sport and Health Science. 2022;11(3):285-292. doi:10.1016/j.jshs.2021.07.002 PMID: 34280602. https://pubmed.ncbi.nlm.nih.gov/34280602/
  3. [3]Rodrigo-Carranza V, Hoogkamer W, González-Ravé JM, et al. Influence of different midsole foam in advanced footwear technology use on running economy and biomechanics in trained runners. Scandinavian Journal of Medicine & Science in Sports. 2024;34(1):e14526. doi:10.1111/sms.14526 PMID: 37858294. https://pubmed.ncbi.nlm.nih.gov/37858294/
  4. [4]Kipp S, Kram R, Hoogkamer W. Extrapolating metabolic savings in running: implications for performance predictions. Frontiers in Physiology. 2019;10:79. doi:10.3389/fphys.2019.00079 PMID: 30804807. https://pubmed.ncbi.nlm.nih.gov/30804807/
  5. [5]Cook SD, Kester MA, Brunet ME, Haddad RJ Jr. Biomechanics of running shoe performance. Clinics in Sports Medicine. 1985;4(4):619-626. PMID: 4053192. https://pubmed.ncbi.nlm.nih.gov/4053192/
  6. [6]Verdejo R, Mills NJ. Heel-shoe interactions and the durability of EVA foam running-shoe midsoles. Journal of Biomechanics. 2004;37(9):1379-1386. doi:10.1016/j.jbiomech.2003.12.022 PMID: 15275845. https://pubmed.ncbi.nlm.nih.gov/15275845/
  7. [7]Theisen D, Malisoux L, Genin J, Delattre N, Seil R, Urhausen A. Influence of midsole hardness of standard cushioned shoes on running-related injury risk.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14;48(5):371-376. doi:10.1136/bjsports-2013-092613 PMID: 24043665. https://pubmed.ncbi.nlm.nih.gov/24043665/
  8. [8]Malisoux L, Ramesh J, Mann R, Seil R, Urhausen A, Theisen D. Can parallel use of different running shoes decrease running-related injury risk? Scandinavian Journal of Medicine & Science in Sports. 2015;25(1):110-115. doi:10.1111/sms.12154 PMID: 24286345. https://pubmed.ncbi.nlm.nih.gov/24286345/
  9. [9]Milgrom C, Finestone A, Segev S, Olin C, Arndt T, Ekenman I. Are overground or treadmill runners more likely to sustain tibial stress fracture?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03;37(2):160-163. doi:10.1136/bjsm.37.2.160 PMID: 12663360. https://pubmed.ncbi.nlm.nih.gov/12663360/

이 글은 러닝 훈련과 과학에 관한 일반 정보이며 개인별 진단·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통증이 있다면 진료 상담을 받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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