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법
천천히 달리는 시간이 기록을 만든다 — 조깅의 생리학과 MAF 훈련
인터벌이나 템포 세션은 기록할 것이 남습니다. 심박 그래프에 봉우리가 서고 랩마다 페이스가 찍히니까요. 조깅한 날은 평평한 선 하나가 전부입니다. 그런데 한 해 훈련량을 펼쳐 놓고 보면 그 평평한 선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 시간에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걸 심박수로 관리하는 MAF 훈련은 어디까지 믿을 만한지 정리했습니다.
- 글쓴이
- 정진영 대표원장 · 통증의학 전문의 · 직접 달리는 의사
- 주제
- 저강도 조깅의 생리학적 적응과 MAF 심박수로 관리하는 유산소 기반
- 발행일
- 2026년 9월 2일
조깅한 날은 기록할 게 없는 날일까요
한 해 훈련량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 이 조용한 저강도 러닝입니다.
달리기를 시작하면 인터벌이나 템포 같은 세션에 먼저 눈이 갑니다. 분석할 구간이 남으니까요. 조깅한 날은 그래프가 평평합니다. 봉우리도 없고 랩 사이 편차도 없습니다.
그래서 넘어가기 쉬운데, 정작 기록의 바탕을 만드는 시간은 대부분 이쪽에 들어 있습니다.

평균 심박 122bpm으로 1시간 13분을 평평하게 이어 간 이지런. 마지막 1km만 스트라이드로 올렸습니다. 원장 본인의 가민 커넥트 기록 캡처입니다.
천천히 달릴 때 몸 안에서는 무엇이 일어나나요
근육 안의 미토콘드리아가 늘고 모세혈관이 촘촘해집니다. 그 덕에 같은 속도에서 젖산이 덜 쌓이고 지방을 연료로 더 잘 쓰게 됩니다 [1].
이 변화들이 지구력 향상의 핵심 기전이라는 정리는 1984년에 이미 나왔습니다 [1]. 오래된 논문인데 지금도 교과서의 뼈대로 남아 있습니다.
지방을 태우는 능력은 강도를 올린다고 따라 올라오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지방 연소가 가장 활발해지는 강도가 따로 있고, 그 지점은 대체로 최대산소섭취량의 절반 남짓한 자리에 놓입니다 [2]. 조깅에 가까운 영역이죠.
같은 페이스가 몇 달 사이 점점 편해지는 경험을 하셨다면, 그 아래에서 이런 적응이 쌓인 겁니다.
힘줄은 왜 근육보다 늦게 따라올까요
근육은 며칠 단위로 반응하지만, 힘줄이 부하에 맞춰 콜라겐을 만들고 구조를 다시 짜는 데는 몇 주에서 몇 달이 듭니다 [3].
진료실에서 러너의 이야기를 들을 때 제가 가장 자주 떠올리는 사실입니다. 이 속도 차이가 부상의 출발점이 되거든요. 근육의 컨디션만 믿고 거리나 강도를 급하게 올리면, 아직 따라오지 못한 조직이 먼저 탈이 납니다.
주간 러닝 거리를 크게 늘린 러너에게서 특정 유형의 부상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난 코호트 연구가 있습니다 [4]. 부상 유형에 따라 관계가 달랐다는 점까지 논문 제목에 적혀 있습니다 [4].
낮은 강도로 자주, 오래 부하를 주는 조깅은 이 느린 조직에 시간을 벌어 줍니다. 나중에 강한 훈련을 받아 낼 바탕이 여기서 만들어지고요.
왜 하필 8할을 쉽게 달리라고 할까요
엘리트 지구력 선수들의 실제 훈련을 세어 보니 세션의 약 80%가 젖산역치 아래에 몰려 있었습니다 [5].

지구력 훈련의 강도 분포. 엘리트 선수에게서 관찰되는 대략적인 비율이며 방법마다 다릅니다. Seiler(2010) 등의 서술을 바탕으로 직접 작성한 개념도입니다.
나머지 20% 남짓이 역치 위 고강도에 놓였습니다 [5]. 뒤에 정리된 리뷰에서도 많은 저강도와 적은 고강도를 묶은 이른바 양극화 분포가 실전 기준으로 제시됩니다 [6].
단서를 하나 달겠습니다. 이 숫자는 엘리트 선수의 훈련을 관찰해 얻은 값이고, 책과 방법마다 세부 비율과 구조가 다릅니다. 폴라라이즈드도 있고 피라미드도 있죠. 정확히 80 대 20을 맞춰야 하는 공식은 없습니다.
그래도 훈련의 대부분을 쉬운 강도로 채운다는 방향은 여러 접근법이 함께 씁니다. 소수의 고강도 세션이 제 역할을 하려면 그 아래를 받쳐 줄 조깅이 충분해야 하니까요.
조깅과 장거리만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나요
생각보다 멀리 갑니다.
저도 오랫동안 인터벌 없이 달렸습니다. 평일에는 조깅, 주말에는 장거리. 그 단순한 방식만으로 마라톤 4시간 안쪽까지는 큰 무리 없이 갔습니다.
조깅만으로 충분하다는 이야기로 읽으시면 곤란합니다. 기록에는 개인차와 여러 요인이 겹칩니다. 더 빠른 쪽을 노리는 어느 시점부터는 역치와 고강도 자극이 한 단계 더 밀어 올려 주기도 하고요. 저도 올해 5월부터 석 달 동안 서브역치 훈련을 해 봤습니다.
다만 그 위에 얹을 바탕 자체는 대부분 쉬운 조깅과 장거리에서 조용히 쌓였습니다. 특별한 훈련을 하나도 넣지 않아도 상당한 지점까지는 간다는 뜻입니다.
MAF 훈련은 무엇인가요
쉽게 오래 달려 기반을 쌓는다는 생각을 심박수 기준으로 옮겨 놓은 것이 MAF 훈련입니다.
Maximum Aerobic Function의 약자이고, 미국의 필 마페톤이 제안해 마페톤 훈련이라고도 부릅니다 [7]. 유산소 상한 심박수를 하나 정해 두고 대부분의 러닝을 그 아래에서 소화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7].
성장은 MAF 테스트로 확인합니다 [7]. 같은 코스를 같은 심박으로 돌면서 페이스가 빨라졌는지 보는 방식이죠. 심박을 고정해 두고 페이스가 따라오는지를 지켜보는 셈입니다.
내 MAF 심박수는 어떻게 정하나요
180에서 자기 나이를 뺀 숫자가 기본값입니다 [7].
여기에 자기 상황을 더해 조정합니다 [7].
- 큰 병에서 회복 중이거나 약을 복용 중이면 10을 더 뺍니다
- 부상 중이거나, 최근 운동을 쉬었거나,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달리기를 막 시작했다면 5를 뺍니다
- 2년 이상 무리와 부상 없이 꾸준히 훈련해 왔다면 그대로 씁니다
- 2년 이상 발전하면서 부상도 없고 대회 성적도 좋았다면 5를 더합니다
제 나이 44세로 계산하면 180에서 44를 뺀 136bpm이 나옵니다. 2년 이상 부상 없이 발전해 온 러너라면 여기에 5를 더해 141bpm까지 잡기도 합니다 [7]. 자기 상태에 해당하는 항목을 골라 조정하시면 됩니다.

같은 조깅을 44세 MAF 상한 136bpm 기준으로 본 모습. 이지런은 상한 아래에 머물고 마지막 스트라이드만 위로 넘어갑니다. 원장 본인의 가민 커넥트 기록에 상한선을 얹은 캡처입니다.
MAF 심박에서 달리면 얼마나 편한가요
설렁설렁 흘려보내는 강도로 생각하시면 어긋납니다.
정해 둔 심박수가 유산소 능력의 상한 부근이라, 실제로 달려 보면 조금 빠른 조깅 정도의 꾸준한 강도가 됩니다. 몸에서 힘을 완전히 빼는 회복 조깅과 겨냥하는 바가 다릅니다. 회복하려고 도는 날과 유산소 엔진을 키우는 날을 같은 서랍에 넣으면 곤란합니다.
숫자를 하나 붙이자면 제 이지런은 대체로 6분/km 언저리에서 심박이 120대로 평평합니다. 이 숫자를 그대로 가져가실 이유는 없습니다. 누군가에게는 5분대고 누군가에게는 7분대일 텐데, 각자 자기 유산소 상한 아래에서 돌면 같은 훈련입니다.
180 빼기 나이는 얼마나 정확한가요
편의를 위한 경험 공식이고, 개인의 실제 유산소 역치와 맞아떨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7].
사람에 따라 이 심박이 실제 역치보다 높게도 낮게도 잡힙니다 [7]. 정밀하게 재려면 젖산이나 환기 지표로 역치를 측정하는 쪽이 정확합니다. 그러니 MAF 심박은 검사값을 대신하는 숫자보다 강도를 잡는 출발점으로 쓰는 편이 맞습니다.
저는 이 값을 상한선처럼 걸어 두고 씁니다. 이지런 날 심박이 자꾸 그 위로 올라가면 페이스를 줄입니다. 여름처럼 같은 페이스에서 심박이 먼저 뜨는 시기에 특히 쓸모가 있습니다.
쉬운 날의 강도를 확실히 눌러 둘수록 정작 중요한 고강도 세션이 제대로 나옵니다. 조깅에서 욕심을 내면 그다음 세션이 먼저 무너지고요. 평평한 선 하나만 남은 날에도 훈련의 가장 큰 몫은 채워진 셈입니다.
통증이 생기면
강도를 낮춰 달려도 힘줄은 며칠씩 늦게 신호를 보냅니다. 뒤꿈치 위쪽이 뻣뻣하게 굳거나 아침 첫 몇 걸음이 유독 아프다면 아킬레스건염을 운동부터 시작하는 이유를 먼저 읽어 보시고, 달린 뒤 발목이나 무릎이 아플 때 어느 시점에 진료가 필요한지도 정리해 두었습니다. 저희는 직접 달리는 마취통증의학과(통증의학) 전문의가 러너의 통증을 진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이런 점이 궁금합니다
MAF 훈련의 심박수는 어떻게 계산하나요
MAF 훈련의 기본값은 180에서 자기 나이를 뺀 숫자입니다. 여기에 자기 상황을 더해 조정합니다. 큰 병에서 회복 중이거나 약을 복용 중이면 10을 더 빼고, 부상 중이거나 최근 운동을 쉬었거나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달리기를 막 시작했다면 5를 뺍니다. 2년 이상 무리와 부상 없이 훈련해 왔다면 그대로 쓰고, 2년 이상 발전하면서 부상도 없고 대회 성적도 좋았다면 5를 더합니다.
MAF 심박수로 달리면 아주 천천히 달리게 되나요
정해진 심박수가 유산소 능력의 상한 부근이라 실제로 달려 보면 조금 빠른 조깅 정도의 꾸준한 강도가 됩니다. 완전히 힘을 빼는 회복 조깅과는 목적이 다릅니다. 회복을 위한 날과 유산소 엔진을 키우는 날을 구분해서 쓰시면 됩니다.
조깅만 해도 기록이 좋아지나요
낮은 강도로 오래 달리면 근육 안의 미토콘드리아가 늘고 모세혈관이 촘촘해져 같은 속도에서 젖산이 덜 쌓이고 지방을 연료로 더 잘 쓰게 됩니다. 엘리트 지구력 선수의 훈련에서도 세션의 약 80퍼센트가 젖산역치 아래에 몰려 있었습니다. 다만 더 빠른 기록을 노리는 어느 시점부터는 역치와 고강도 자극이 한 단계 더 밀어 올려 주기도 합니다.
180에서 나이를 빼는 공식은 정확한가요
편의를 위한 경험 공식이라 개인의 실제 유산소 역치와 일치한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사람에 따라 이 심박이 실제 역치보다 높게도 낮게도 잡힙니다. 정밀하게 재려면 젖산이나 환기 지표로 역치를 측정하는 쪽이 정확하고, MAF 심박은 강도를 잡는 출발점으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참고문헌
- [1]Holloszy JO, Coyle EF. Adaptations of skeletal muscle to endurance exercise and their metabolic consequences.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1984;56(4):831-838. doi:10.1152/jappl.1984.56.4.831 PMID: 6373687. https://pubmed.ncbi.nlm.nih.gov/6373687/
- [2]Achten J, Jeukendrup AE. Optimizing fat oxidation through exercise and diet. Nutrition. 2004;20(7-8):716-727. doi:10.1016/j.nut.2004.04.005 PMID: 15212756. https://pubmed.ncbi.nlm.nih.gov/15212756/
- [3]Kjaer M, et al. From mechanical loading to collagen synthesis, structural changes and function in human tendon. Scandinavian Journal of Medicine & Science in Sports. 2009;19(4):500-510. doi:10.1111/j.1600-0838.2009.00986.x PMID: 19706001. https://pubmed.ncbi.nlm.nih.gov/19706001/
- [4]Nielsen RØ, et al. Excessive progression in weekly running distance and risk of running-related injuries: an association which varies according to type of injury. Journal of Orthopaedic & Sports Physical Therapy. 2014;44(10):739-747. doi:10.2519/jospt.2014.5164 PMID: 25155475. https://pubmed.ncbi.nlm.nih.gov/25155475/
- [5]Seiler KS, Kjerland GØ. Quantifying training intensity distribution in elite endurance athletes: is there evidence for an "optimal" distribution? Scandinavian Journal of Medicine & Science in Sports. 2006;16(1):49-56. doi:10.1111/j.1600-0838.2004.00418.x PMID: 16430681. https://pubmed.ncbi.nlm.nih.gov/16430681/
- [6]Seiler S. What is best practice for training intensity and duration distribution in endurance athletes? 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s Physiology and Performance. 2010;5(3):276-291. doi:10.1123/ijspp.5.3.276 PMID: 20861519. https://pubmed.ncbi.nlm.nih.gov/20861519/
- [7]Maffetone P. The MAF 180 Formula: heart-rate monitoring for real aerobic training. philmaffetone.com. https://philmaffetone.com/180-formu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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