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병증
이가 찌릿한데 치과에서는 이상이 없다면 — 삼차신경통의 감별과 치료 단계
양치나 세수를 하다가 한쪽 윗니와 볼에 번개가 치듯 찌릿한 통증이 몇 초 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 치과 엑스레이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는 분들이 있습니다. 얼굴 감각을 맡는 삼차신경이 일으키는 삼차신경통은 통증이 이와 잇몸 근처에 집중되기 때문에 치통으로 오해되어 발치나 신경치료를 받은 뒤에야 다른 원인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광화문 진료실에서 삼차신경통을 치통·턱관절장애·부비동염과 어떻게 구분하고, 약과 신경차단은 어느 단계에서 쓰며, 고주파나 수술은 언제 의뢰하는지 근거와 함께 정리했습니다.
- 작성 의료진
- 김현빈 대표원장 · 통증의학 전문의
- 진료 범위
- 고전적·특발성 삼차신경통의 감별 진단과 약물·신경차단 중심의 비수술 치료, 시술·수술 의뢰 기준
- 발행일
- 2026년 9월 16일
삼차신경통은 어떤 병인가요
삼차신경통은 얼굴 감각을 담당하는 삼차신경(제5뇌신경)이 과민해져, 그 신경이 맡은 한쪽 얼굴에 전기충격 같은 짧고 강한 통증이 반복되는 신경통입니다. 국제두통질환분류 3판(ICHD-3)은 한쪽 얼굴에 1초 미만에서 2분 사이 지속되는 전기충격·찌르는 양상의 심한 통증이 되풀이되고, 그 통증이 가벼운 자극으로 유발되는 것을 진단 조건으로 둡니다 [1]. 발작 사이에는 대체로 통증이 없거나 약하고, 그래서 환자는 "멀쩡하다가 갑자기 번개가 친다"고 표현합니다.
흔한 병은 아니지만 진료실에서 꾸준히 만납니다. 국내 건강보험 자료에서는 2018년 한 해에 약 5만 명이 삼차신경통으로 진료를 받았고, 여성이 남성의 약 2배였으며 50대가 가장 많았습니다 [2]. 덴마크의 전향적 연구에서도 발병 나이는 평균 50대 초반이었고 오른쪽이 왼쪽보다 조금 많았습니다 [3]. 같은 연구에서 통증 부위는 약 70%가 윗니·볼(상악신경) 또는 아랫니·턱(하악신경) 영역이었고, 이마·눈(안신경)에만 국한된 경우는 4% 정도에 그쳤습니다 [3]. 통증이 하필 이와 잇몸 주변에 몰리는 이 분포가, 삼차신경통이 치통으로 오해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삼차신경 세 가지의 감각 영역. 청록 박스(V2·V3)가 삼차신경통이 가장 자주 나타나는 영역이고, 테라코타 원(V1)은 안와상신경 차단의 대상이 되는 이마·눈 영역입니다. 그림: Gray's Anatomy(1918), 퍼블릭도메인. 표시: 김현빈 원장.
얼굴 감각 신경이 왜 이를 아프게 하나요
삼차신경의 둘째·셋째 가지가 윗니·아랫니와 잇몸 속까지 뻗어 있어서, 신경이 잘못된 신호를 보내면 뇌는 그것을 치아 통증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삼차신경은 뇌줄기에서 나와 머리뼈 안쪽의 삼차신경절(반달신경절)에서 세 갈래로 갈라집니다. 첫째 가지 안신경(V1)은 이마·눈·콧등, 둘째 가지 상악신경(V2)은 볼·윗입술·윗니·윗잇몸·코 옆, 셋째 가지 하악신경(V3)은 턱·아랫입술·아랫니·아랫잇몸과 혀 앞쪽의 감각을 맡습니다 [4]. 상악신경의 치조신경 가지는 윗니 뿌리 하나하나에, 하악신경의 하치조신경과 그 끝가지인 이신경은 아랫니와 턱 끝에 닿습니다.
이 구조 때문에 신경 자체에서 생긴 통증도 "이 하나가 아프다"가 아니라 "윗니에서 볼, 콧방울까지 한 줄로 찌릿하다"는 식으로 느껴집니다. 진료실에서는 이 표현을 들으면 치아보다 신경을 먼저 떠올립니다.

삼차신경절(왼쪽 위 원)에서 갈라진 상악신경은 윗니·잇몸으로(큰 박스), 하악신경의 끝가지인 이신경은 아랫니·턱 끝으로(아래 원) 이어집니다. 그림: Gray's Anatomy(1918), 퍼블릭도메인. 표시: 김현빈 원장.
삼차신경통은 왜 생기나요
가장 흔한 원인은 뇌줄기 가까이에서 동맥이 삼차신경 뿌리를 눌러 신경의 절연막이 벗겨지는 것이고, 드물게 다발성경화증이나 종양이 원인인 경우와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삼차신경이 뇌줄기로 들어가는 부위는 보호막(수초)이 얇아 취약합니다. 이 자리에 동맥이 닿아 박동마다 자극을 주면 신경 섬유의 절연이 손상되고, 촉각을 전달하는 섬유의 신호가 통증 섬유로 옮겨붙는 혼선이 생깁니다 [5]. 신경이 밀리거나 위축될 만큼 심하게 눌린 경우의 대부분은 정맥이 아니라 상소뇌동맥 같은 동맥이 원인이었습니다 [6]. 이렇게 혈관 압박과 신경의 형태 변화가 확인되는 경우를 고전적 삼차신경통이라고 부릅니다 [1].
이차성 삼차신경통은 다른 병이 신경을 침범한 경우입니다. 다발성경화증은 삼차신경통 환자의 약 2~4%에서 확인되고 [7], 소뇌교각부의 수막종·전정신경초종 같은 종양은 최대 6%까지 보고됩니다 [8]. 젊은 나이에 시작됐거나, 양쪽 얼굴에 오거나, 진찰에서 얼굴 감각이 떨어져 있으면 이 가능성을 우선 확인합니다. MRI에서 뚜렷한 압박도 다른 병도 없는데 증상이 전형적인 경우는 특발성으로 분류합니다 [1].
MRI에서 혈관이 신경에 닿아 있으면 확진인가요
아닙니다. 혈관과 신경의 단순 접촉은 증상이 없는 쪽에서도 흔하게 보이므로, 진단은 증상으로 내리고 MRI는 다른 원인을 배제하는 용도로 씁니다. 고전적 삼차신경통 환자의 MRI를 양쪽으로 비교한 연구에서 혈관이 신경에 닿아 있는 소견은 증상이 없는 반대쪽에서도 78%에서 발견됐습니다 [6]. 차이가 난 것은 신경이 눌려 밀리거나 얇아진 "심한 접촉"으로, 증상 쪽 53% 대 무증상 쪽 13%였습니다 [6] [9]. 다시 말해 "혈관이 닿아 있다"는 판독은 그 자체로 병의 증거가 아니며, 신경이 변형될 정도의 압박이라야 수술을 검토할 때 의미를 가집니다.
그래서 유럽신경학회(EAN) 지침은 MRI의 역할을 두 가지로 정리합니다. 하나는 종양·다발성경화증 같은 이차성 원인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모든 환자에게 촬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술을 고려할 때 압박의 정도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10]. 진단 자체는 병력이 결정합니다.
어떤 통증이면 삼차신경통을 의심하나요
몇 초에서 2분 안에 끝나는 전기충격 같은 통증이 한쪽 얼굴의 정해진 영역에 반복되고, 얼굴을 스치는 것 같은 가벼운 자극으로 시작된다면 삼차신경통을 의심합니다. 유발 자극은 이 병의 핵심 특징입니다. 삼차신경통 환자 140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97%가 통증을 일으키는 자극을 말할 수 있었고, 얼굴을 살짝 건드리는 것(79%)과 말하기(54%)가 가장 흔했습니다 [11]. 양치·세수·면도·식사·찬바람도 대표적인 방아쇠입니다. 콧방울 옆, 윗입술, 볼, 아랫입술, 턱, 잇몸처럼 입과 코 주변의 작은 점을 건드리면 발작이 시작되는 방아쇠 지점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11].
발작이 한 번 지나가면 잠시 동안은 같은 자극을 줘도 통증이 나지 않는 불응기가 있는데, 이것도 다른 얼굴 통증에서는 보기 어려운 삼차신경통의 특징입니다 [1]. 얼굴 감각은 정상인 것이 원칙이며, 감각이 무디거나 씹는 힘이 떨어지면 이차성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10].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발작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158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절반 가까이(49%)는 발작 사이에도 은근히 이어지는 통증을 함께 느꼈습니다 [3]. "찌릿한 것 말고도 그 사이에 뻐근하다"는 호소가 있다고 해서 삼차신경통이 아니라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치통과는 무엇이 다른가요
치통은 특정 치아에 국한된 통증이 수분 이상 이어지고 차거나 뜨거운 음식·씹기로 심해지지만, 삼차신경통은 치아 하나가 아닌 영역 전체가 몇 초 동안 전기가 오듯 아프고 이와 상관없는 자극으로 유발됩니다. 이 둘을 헷갈리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해외 연구에서 삼차신경통 환자의 66~85%가 처음에 치과를 찾았고 [12] [13], 진단이 내려지기 전에 발치나 신경치료처럼 되돌릴 수 없는 치아 시술을 받은 비율이 25~53%였습니다 [12] [13]. 발치를 하고도 90% 이상은 통증에 변화가 없었습니다 [13]. 첫 진료에서 진단이 어긋난 비율 42%, 진단까지 평균 7개월이 걸렸다는 이탈리아 보고도 있고 [14], 국내 자료에서는 삼차신경통 환자의 94%가 여러 기관을 거친 뒤에야 전문 진료로 연결됐습니다 [15].

삼차신경통 환자가 진단 전에 겪는 일. 출처: von Eckardstein 2015, Hassan 2025, Antonaci 2020. 연구마다 대상과 기준이 달라 범위로 표시했습니다.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통증이 정말 이와 잇몸에서 느껴지고, 초기에는 감별 단서가 적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아래 표의 항목을 함께 보면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 구분 | 삼차신경통(신경이 원인) | 치통(치수염·균열치, 치아가 원인) |
|---|---|---|
| 통증 양상 | 전기충격·번개처럼 찌릿, 몇 초~2분 뒤 사라짐. 사이에는 대체로 조용 | 욱신거리는 둔통이 수분 이상 지속. 누우면 심해지기도 |
| 위치 | 치아 하나로 짚기 어렵고 볼·입술·잇몸까지 한 덩어리 | 특정 치아. 그 이를 두드리면 아픔 |
| 유발 자극 | 세수·양치·말하기·바람 같은 가벼운 접촉. 입·코 주변 방아쇠 지점 | 차갑거나 뜨거운 음식, 씹기. 냉검사·타진·교합검사 양성 |
| 치과 검사 | 엑스레이·치수검사 정상 | 충치·균열·치근단 병변 등 원인 소견 |
| 치료 반응 | 발치·신경치료 뒤에도 변화 없음. 일반 진통제 효과 적음 | 해당 치아 치료 후 좋아짐 |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치과에서 국소마취를 하면 삼차신경통의 발작도 잠시 멎을 수 있습니다. 마취제가 통증 신호가 지나가는 길목을 막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마취하니 안 아프다, 그러니 치아 문제다"라는 판단이 굳어지기 쉽습니다 [16]. 마취에 반응했다는 사실만으로 치아가 원인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턱관절장애·부비동염과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턱관절장애와 부비동염은 둘 다 통증이 수분에서 수시간 이상 이어지는 둔통이고, 입 벌리기·씹기 또는 고개 숙이기·코 증상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몇 초짜리 전기 발작인 삼차신경통과 결이 다릅니다. 얼굴 통증으로 오는 분들 가운데 치통 다음으로 자주 혼동되는 것이 이 두 가지입니다. 턱관절장애는 귀 앞 관절과 씹는 근육의 문제라 입을 크게 벌리거나 오래 씹을수록 서서히 심해지고, 관절에서 소리가 나거나 입이 덜 벌어지며, 관절과 근육을 누르면 익숙한 통증이 재현됩니다. 부비동염은 볼이나 이마 쪽이 묵직하게 눌리는 듯한 통증이 지속되고, 고개를 숙이면 심해지며, 콧물·코막힘·후각 저하·발열 같은 코 증상이 함께 옵니다. 두 질환 모두 얼굴을 스치기만 해도 발작이 나는 방아쇠 지점이 없습니다.
| 구분 | 삼차신경통 | 턱관절장애 | 부비동염 |
|---|---|---|---|
| 통증 길이 | 몇 초~2분 발작, 반복 | 수분~수시간 이상 지속 | 하루 종일 지속, 며칠 이어짐 |
| 통증 성격 | 전기충격·찌르는 듯 | 뻐근하고 묵직한 둔통 | 눌리고 꽉 찬 듯한 압박통 |
| 심해지는 조건 | 세수·양치·말하기·바람 등 가벼운 접촉 | 입 벌리기, 씹기, 이 악물기 | 고개 숙이기, 아침, 감기 뒤 |
| 함께 오는 것 | 방아쇠 지점, 불응기 | 관절음, 입 벌림 제한, 근육 압통 | 콧물·코막힘·후각 저하·발열 |
| 위치 | 한쪽 V2·V3 영역이 대부분 | 귀 앞, 관자놀이, 턱 근육 | 볼·이마, 양쪽인 경우도 흔함 |
이 밖에도 대상포진 후 신경통(물집 병력, 이마·눈 쪽에 화끈거림이 지속), 지속성 특발성 안면통(하루 종일 이어지는 둔통, 방아쇠 없음), 군발두통과 SUNCT(눈 주위 통증에 눈물·충혈 동반), 설인신경통(삼킬 때 목과 귀 안쪽 통증)을 구분합니다. 특히 50세 이후에 새로 생긴 관자놀이 통증에 씹을 때 턱이 쉽게 피로해지는 증상이 동반되면 거대세포동맥염을 서둘러 확인해야 합니다 [1].
진료실에서는 어떤 순서로 확인하나요
삼차신경통은 검사보다 이야기로 진단하는 병이어서, 통증의 길이·양상·위치·유발 자극·불응기를 자세히 듣는 것이 첫 단계이고, 진찰과 MRI는 다른 원인을 걸러 내는 데 씁니다. 병력에서 확인하는 것은 ICHD-3의 조건 그대로입니다. 한쪽인가, 발작 하나가 2분을 넘기지 않는가, 전기충격 같은 성격인가, 가벼운 자극으로 시작되는가, 그리고 발작 사이에 지속되는 통증이 있는가입니다 [1] [10]. 치과에서 어떤 검사를 받았고 치료 뒤 통증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중요한 단서입니다.
진찰에서는 얼굴 세 영역의 감각을 좌우로 비교하고, 각막반사와 씹는 근육의 힘을 확인하며, 입과 코 주변에서 방아쇠 지점을 찾습니다. 감각 저하나 근력 약화가 있으면 이차성 원인을 의심합니다 [10]. 턱관절과 씹는 근육, 부비동 부위의 압통도 같은 자리에서 확인합니다.
뇌 MRI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모든 환자에게 권합니다. 증상만으로는 종양이나 다발성경화증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며, 혈관 압박 소견은 진단 근거가 아니라 수술을 고려할 때 참고합니다 [10]. 필요하면 진단적 신경차단을 더합니다. 통증 영역에 따라 안와상신경(이마·눈) 또는 삼차신경절(볼·턱)에 소량의 국소마취제를 놓아 통증이 그 신경 경로에서 오는지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다만 국소마취는 치아 원인의 통증도 함께 가라앉히므로, 차단에 반응했다는 결과 하나로 원인을 확정하지 않고 전체 그림 안에서 해석합니다 [16].
치료는 어떤 순서로 진행하나요
삼차신경통 치료는 약물에서 시작해 신경차단·시술, 그다음 수술로 단계를 올리며, 대부분은 약으로 조절되지만 약 절반은 시간이 지나면서 약효 감소나 부작용 때문에 다음 단계를 고민하게 됩니다 [10]. 저희 진료실이 맡는 범위는 약물치료와 신경차단까지이고, 고주파·감마나이프·미세혈관감압술은 그 단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대학병원 통증센터나 신경외과로 의뢰합니다.

삼차신경통 치료의 3단계. 출처: EAN 가이드라인 2019, Di Stefano 2014, Tatli 2008, Barker 1996. 효과와 경과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약은 무엇을 쓰고 무엇을 조심하나요
삼차신경통에는 일반 진통제나 소염진통제가 거의 듣지 않고, 신경의 과흥분을 가라앉히는 카바마제핀 또는 옥스카바제핀이 1차 약입니다 [10]. 고전적 삼차신경통 외래 환자 200명을 추적한 연구에서 이 약들은 처음 투여 시 90% 이상에서 반응이 있었고 [17], 코크란 고찰도 카바마제핀의 효과를 뒷받침합니다 [18]. 반응이 워낙 뚜렷해서, 약이 잘 듣는다는 사실이 거꾸로 진단을 지지하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부작용입니다. 어지럼·졸림·발진·저나트륨혈증 등으로 용량을 줄이거나 약을 끊게 되는 분이 20~30%에 이릅니다 [17]. 특히 복용을 시작한 뒤 몇 주 안에 피부 발진이 나타나면 중증 약물 피부반응의 초기일 수 있어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동남아시아계에서 알려진 위험 유전자(HLA-B*15:02)는 한국인에서 드물지만, 다른 유전형과의 연관이 국내에서 보고되어 있으므로 초기 몇 주의 관찰이 중요합니다 [19]. 저는 낮은 용량에서 시작해 통증과 부작용을 함께 보며 천천히 올립니다.
카바마제핀 계열이 맞지 않는 분에게는 라모트리진·바클로펜·프레가발린 같은 약으로 바꾸거나 함께 씁니다. 보툴리눔 톡신 주사를 추가 치료로 썼을 때 효과가 있었다는 무작위 연구들의 메타분석도 있습니다 [20]. 어떤 약이든 반응과 부작용에는 개인차가 크므로 정기적으로 조정합니다.
신경차단은 언제, 어디에 하나요
약으로 조절이 부족하거나 부작용이 문제일 때, 그리고 통증이 극심한 시기를 넘기거나 진단을 확인해야 할 때 통증이 오는 신경 가지의 위치에 맞춰 신경차단을 검토합니다. 통증의학과에서 하는 차단은 두 자리입니다.
이마·눈(V1) 통증이라면 눈썹 안쪽의 안와상절흔에서 나오는 안와상신경에 소량의 국소마취제를 놓고 필요하면 스테로이드를 더합니다. 얕은 곳의 말초 가지라 시술이 간단하고 위험이 적어 가장 먼저 시도하는 자리입니다. 말초신경 차단을 받은 31명 중 24명이 통증 50% 이상 감소를 보였고 효과가 평균 7.5개월 이어졌다는 보고가 있으며 [21], 초음파 유도로 같은 신경에 박동성 고주파를 적용했을 때 1년 뒤 64%에서 효과가 유지됐다는 자료도 있습니다 [22].
윗니·볼(V2)이나 아랫니·턱(V3) 통증은 가지 하나하나가 아니라 세 가지가 모이는 삼차신경절을 직접 차단합니다. 입꼬리 옆 뺨에서 영상 유도(투시 또는 CT)로 가는 바늘을 넣어 머리뼈 바닥의 난원공을 통과시키면 바로 뒤 메켈동굴 안에 삼차신경절이 있습니다. 여기에 국소마취제를 아주 소량씩 나누어 넣고 필요하면 스테로이드를 병용합니다. 목적은 진단을 확인하고, 통증이 극심한 시기를 견디게 하며, 이후 고주파나 수술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가교 역할입니다 [10] [16]. 대상포진 관련 삼차신경통 117명의 다기관 자료에서는 3개월 뒤 67%가 통증 절반 이상 감소를 보였지만 [23], 고전적 삼차신경통에서는 대조 연구가 없어 효과가 얼마나 가는지는 개인차가 큽니다. 같은 자료에서 시술 중 일시적 서맥 약 4%, 뺨의 멍 약 16%, 혈종 약 3%, 얼굴 감각 둔화 약 7%가 보고됐고, 드물게 약이 뇌척수액 쪽으로 퍼질 수 있어 소량씩 나누어 주입하며 반응을 확인합니다 [23].
성상신경절차단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목 아래쪽 교감신경 매듭에 국소마취제를 놓아 얼굴·머리로 가는 교감신경 흥분을 낮추고 혈류를 늘려 신경병증성 통증을 완화하려는 방법입니다. 얼굴 대상포진 통증에서 통증 기간과 신경통 이행을 줄였다는 소규모 무작위 연구 [24], 치과 시술 뒤 삼차신경 손상에서 감각 회복에 도움이 됐다는 자료가 있지만 [25], 고전적 삼차신경통 자체에 대한 근거는 증례 보고 수준입니다 [26]. 약물과 신경차단을 보완하는 보조 술기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시술 뒤 한쪽 눈꺼풀이 처지고 눈이 충혈되는 호너 증후군이 몇 시간 나타나는 것은 차단이 제대로 된 정상 반응이고, 드물게 목소리 쉼이나 혈종이 생길 수 있어 초음파 유도로 시행합니다 [27].
신경차단은 약을 끊기 위한 치료가 아닙니다. 약과 병행하면서 급성기를 넘기고, 반복 시술의 간격과 횟수는 정해 두지 않고 통증의 경과를 보며 정합니다.
고주파·감마나이프·미세혈관감압술은 언제 검토하나요
신경차단으로 효과는 확인됐는데 지속이 짧거나 약 부작용으로 일상이 무너진다면 삼차신경절 고주파, 감마나이프, 그리고 MRI에서 혈관 압박이 확인된 경우 미세혈관감압술을 검토하며, 이 단계는 대학병원 통증센터나 신경외과로 의뢰합니다. 고주파열응고술은 신경차단과 같은 경로로 삼차신경절에 도달해 통증 섬유를 열로 차단하는 시술입니다. 시술 직후 약 90%에서 통증이 줄고 장기 추적에서 평균 58%가 무통을 유지하지만, 시술한 쪽 얼굴 감각 둔화 약 19%, 각막 감각 저하, 씹는 근육 약화가 생길 수 있고 재발도 있습니다 [10] [28]. 신경을 태우지 않는 박동성 고주파는 감각 둔화가 거의 없는 대신 표준 조건에서는 열응고보다 효과가 짧고 [29], 고전압·장시간 조건에서 1년 뒤 약 70%가 재발 없이 지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30]. 풍선압박술·글리세롤 주입술·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은 삼차신경절이나 신경 뿌리를 부분적으로 손상시켜 통증 전달을 줄인다는 점에서 원리가 비슷한 대안이며, 전신마취 수술이 어려운 분에게 선택지가 됩니다 [10].
미세혈관감압술은 결이 다릅니다. MRI에서 혈관 압박이 확인된 고전적 삼차신경통에서 귀 뒤 두개골을 작게 열고 신경과 혈관 사이에 완충재를 끼워 넣는 수술로, 신경을 파괴하지 않고 원인을 겨냥합니다. 장기 무통률이 약 77%로 시술 가운데 가장 높고 [28], 10년 뒤에도 70%가 약 없이 지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31]. 대신 전신마취 뇌수술이므로 청력 저하 약 2%, 뇌척수액 누출, 드물게 뇌졸중이나 사망(0.2~0.3%) 같은 위험을 함께 설명드립니다 [10] [31].
의뢰 시점에 대해 유럽 지침은 약을 모두 써 본 뒤에야 수술을 의뢰할 필요는 없다고 명시합니다 [10]. 약 부작용으로 일상이 어려워지거나 고용량이 필요해지는 시점이면 미리 상담하는 편이 낫고, 저희 진료실에서는 그 판단에 필요한 진단 확인과 신경차단 반응 평가까지를 맡아 의뢰서에 담습니다.
진료실에서 흔히 보는 경과는 어떤가요
윗니·볼의 전기 통증으로 치과를 몇 차례 다녀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치아 치료 뒤에도 통증이 그대로인 채로 오는 50대 여성이 전형적인 경우입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면 통증이 치아 하나가 아니라 윗니에서 콧방울 옆까지 한 줄로 퍼지고, 씹기보다 양치·세수·말하기·바람에 발작이 나며, 한 번에 길어야 1~2분이고 사이에는 거의 아무렇지 않다는 단서가 나옵니다. 진찰에서 얼굴 감각은 정상이고 콧방울 옆을 스치면 같은 통증이 재현됩니다. 이런 분은 MRI로 이차성 원인을 배제한 뒤 신경통 약을 소량부터 시작하고, 통증이 심한 시기에는 삼차신경절 차단을 병행하는 계획을 세웁니다. 이 병은 좋아졌다가 다시 오기도 하고 약 반응은 사람마다 달라, 이후 경과에 따라 단계를 조정합니다.
이럴 때 진료를 받아 보세요
- 한쪽 윗니·볼 또는 아랫니·턱에 전기가 오듯 찌릿한 통증이 몇 초~2분 지속되고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될 때
- 양치·세수·말하기·바람처럼 이와 상관없는 가벼운 자극으로 통증이 시작될 때
- 치과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들었는데 통증이 계속되거나, 치아 치료 뒤에도 그대로일 때
- 일반 진통제나 소염진통제로 거의 변화가 없을 때
- 얼굴 감각이 무뎌졌거나, 양쪽 얼굴에 동시에 오거나, 40세 이전에 시작됐거나, 50세 이후 새로 생긴 관자놀이 통증에 씹을 때 턱이 쉽게 피로해질 때 — 다른 원인을 먼저 확인해야 하므로 미루지 마세요
- 신경통 약을 시작한 뒤 몇 주 안에 피부 발진이 생겼을 때 — 약을 계속 먹지 말고 바로 진료가 필요합니다

삼차신경통 자가 체크. 여러 항목이 해당된다면 치통이 아닌 신경통일 수 있습니다. 자가 체크는 참고용이며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얼굴 통증은 치아·턱관절·부비동·대상포진·두통 질환까지 원인이 다양하고, 드물지만 종양이나 다발성경화증이 숨어 있을 수 있어 MRI를 포함한 진료로 확인해야 합니다. 저희 의료진은 마취통증의학과(통증의학) 전문의로, 병력과 진찰로 통증이 치아에서 오는지 신경에서 오는지 먼저 가려낸 뒤 삼차신경통을 약물과 신경차단으로 비수술적으로 치료하고, 고주파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를 가려 의뢰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이런 점이 궁금합니다
삼차신경통과 치통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통증의 길이와 유발 자극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삼차신경통은 전기가 오듯 몇 초에서 2분 안에 끝나는 발작이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되고, 세수·양치·말하기·바람처럼 이와 상관없는 가벼운 자극으로 시작되며, 통증이 치아 하나가 아니라 볼·입술·잇몸까지 한 덩어리로 느껴집니다. 치통은 욱신거리는 통증이 수분 이상 이어지고 차거나 뜨거운 음식, 씹기, 해당 치아를 두드릴 때 심해지며 엑스레이나 치수검사에서 원인이 보입니다. 치과 검사가 정상인데 치아 치료 뒤에도 통증이 그대로라면 신경 원인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치과 국소마취로 통증이 잠시 줄었다고 해서 치아 문제로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삼차신경통은 어떤 약으로 치료하나요
카바마제핀이나 옥스카바제핀이 1차 약입니다. 일반 진통제나 소염진통제는 거의 듣지 않는 반면 이 약들은 처음 쓰면 대부분에서 통증이 줄어 진단을 뒷받침하는 역할도 합니다. 다만 어지럼·졸림·발진·저나트륨혈증 같은 부작용으로 용량을 조절하거나 중단하게 되는 분이 20~30% 정도 있고, 특히 복용 초기 몇 주 안에 피부 발진이 나면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카바마제핀 계열이 맞지 않으면 라모트리진·바클로펜·프레가발린 같은 약으로 바꾸거나 함께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약 반응과 부작용은 개인차가 큽니다.
삼차신경통에 신경차단 주사는 언제 맞나요
약으로 통증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거나 약 부작용이 문제가 될 때, 그리고 통증이 극심한 시기를 넘기거나 진단을 확인해야 할 때 검토합니다. 이마·눈 쪽(안신경) 통증은 눈썹 안쪽의 안와상신경에, 윗니·볼이나 아랫니·턱(상악·하악신경) 통증은 세 가지가 모이는 삼차신경절에 영상 유도로 소량의 국소마취제를 놓습니다. 신경차단은 약을 대신하는 치료가 아니라 약과 병행하면서 이후 고주파나 수술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가교 역할이며, 효과 지속 기간은 개인차가 큽니다.
MRI에서 혈관이 삼차신경에 닿아 있다고 하면 수술을 해야 하나요
닿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수술 대상이 아닙니다. 혈관과 신경이 단순히 접촉한 소견은 증상이 없는 쪽에서도 78%에서 발견될 만큼 흔하고, 의미가 있는 것은 신경이 밀리거나 얇아진 심한 압박 소견입니다. 미세혈관감압술은 그런 압박이 확인된 고전적 삼차신경통에서 약물 부작용이나 조절 실패로 일상이 어려울 때 신경외과에서 검토하는 수술이며, 장기 무통률이 가장 높은 대신 전신마취 뇌수술의 위험을 함께 따져야 합니다. 약을 모두 써 본 뒤에야 수술을 상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유럽 지침의 입장입니다.
삼차신경통인데 얼굴 감각이 무뎌졌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전형적인 삼차신경통은 얼굴 감각이 정상입니다. 감각이 떨어지거나, 양쪽 얼굴에 동시에 오거나, 40세 이전에 시작됐거나, 씹을 때 턱이 쉽게 피로해지는 새로운 두통이 50세 이후에 생겼다면 다발성경화증·종양·거대세포동맥염 같은 다른 원인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신경차단이나 약 조절보다 뇌 MRI를 포함한 검사가 우선이며, 필요하면 신경과·신경외과로 의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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