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병증
대상포진 물집이 났을 때 통증 치료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 — 대상포진후신경통의 예방 시점과 치료 단계
대상포진은 피부병이 아니라 신경의 병입니다. 물집은 몇 주면 아물지만, 바이러스가 신경에 남긴 손상은 3개월이 지나도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고 한번 자리 잡으면 약으로도 절반 이상 줄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병의 치료는 "언제 시작하느냐"가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광화문 진료실에서 대상포진 환자를 볼 때 어떤 분에게 급성기 신경차단을 권하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이미 신경통이 남은 경우 약과 시술을 어떤 순서로 쓰는지 정리했습니다.
- 작성 의료진
- 김현빈 대표원장 · 통증의학 전문의
- 진료 범위
- 급성 대상포진 통증과 대상포진후신경통의 위험 요인, 급성기 예방 치료의 시점과 근거, 만성기 약물·시술·백신
- 발행일
- 2026년 9월 16일
대상포진후신경통은 언제부터 "신경통"이라고 부르나요
대상포진후신경통은 발진이 시작된 지 3개월(90일)이 지나도 그 신경 영역에 통증이 남아 있는 상태를 말하며, 대상포진의 가장 흔하고 오래가는 합병증입니다 [1] [2]. 어릴 때 수두를 일으킨 바이러스는 척수 옆 감각신경절(후근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이 떨어지는 시기에 다시 활동하면서 신경을 따라 피부로 내려옵니다. 물집은 이 과정의 마지막 단계일 뿐이고, 바이러스가 지나온 신경절과 신경 자체에 염증과 손상이 남습니다. 그 손상이 회복되지 않으면 피부가 아문 뒤에도 통증이 이어집니다.
국내 건강보험 자료에서 대상포진은 2022년 한 해 인구 1,000명당 10.7명에게 생겼고 70대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3]. 대상포진후신경통도 70대에서 가장 흔해, 전체 인구에서는 1,000인년당 2.5명이지만 70대에서는 10.5명이었습니다 [4]. 50세 이상 대상포진 환자의 약 15%가 신경통으로 이어졌다는 국내 추정이 있고 [5], 미국 지역사회 자료에서는 전체의 18%, 79세 이상에서는 3명 중 1명꼴이었습니다 [6]. 일단 3개월을 넘긴 신경통은 그중 30% 이상이 1년 넘게 이어집니다 [7]. 대상포진 환자 열 명 중 한두 명이 겪는 일이고, 나이가 많을수록 그 비율이 가파르게 올라간다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8].
피부는 나았는데 왜 신경은 낫지 않나요
대상포진후신경통 환자의 신경절과 척수 뒷부분에서는 신경세포와 신경섬유가 줄고 흉터 조직으로 바뀐 것이 확인되며, 이것이 피부와 무관하게 통증이 계속되는 이유입니다 [9]. 부검 연구에서 통증이 남은 환자와 남지 않은 환자를 비교하면, 통증이 남은 쪽에서 후근신경절의 위축과 척수 후각의 섬유화가 뚜렷했습니다 [9]. 피부 쪽 가는 신경 가지도 상당 부분 소실됩니다.

척수신경 하나가 척추 옆 신경절에서 출발해 갈비뼈 사이를 돌아 옆구리와 가슴 피부로 나오는 경로. 바이러스는 청록 원의 신경절에서 깨어나 이 길을 따라 내려가고, 손상도 이 길을 따라 남습니다. 그림: Gray's Anatomy(1918), 퍼블릭도메인. 표시: 김현빈 원장.
손상된 신경은 두 가지 방식으로 통증을 만듭니다. 일부 신경섬유는 죽어서 감각이 무뎌지고, 살아남은 섬유는 과민해져 가벼운 자극을 통증으로 바꿉니다. 그래서 같은 자리에서 핀으로 찔러도 둔한데 옷깃이 스치면 아픈, 언뜻 모순처럼 보이는 조합이 생깁니다 [10]. 이 변화가 척수와 뇌까지 올라가 통증 회로 자체가 바뀌면 원래 자극이 없어도 통증이 유지되는데, 이 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막는 것이 급성기 치료의 목표입니다.
누가 신경통으로 남기 쉬운가요
대상포진후신경통 위험을 가장 크게 높이는 요인은 나이, 급성기 통증의 강도, 발진 전 통증(전구통), 발진의 범위, 눈 주위 발생입니다 [11]. 전향 연구 19편을 모은 메타분석에서 급성기 통증이 심했던 환자는 신경통으로 남을 위험이 약 2.2배, 물집이 나기 전부터 아팠던 환자는 약 2.3배, 발진이 넓고 심했던 환자는 약 2.6배, 눈 주위 대상포진은 약 2.5배였고, 나이는 10세 많아질 때마다 위험이 단계적으로 올라갔습니다 [11]. 면역억제 상태와 당뇨도 관련이 보고되지만 연구마다 결과가 일정하지는 않습니다 [11].

연구별로 대상과 정의가 달라 값은 범위로 적었고, 출처는 카드 하단에 있습니다.
이 목록에서 주목할 점은, 다섯 가지 중 나이와 발진 위치는 바꿀 수 없지만 "급성기 통증의 강도"는 치료로 바꿀 수 있는 요인이라는 것입니다. 통증이 심하다는 것은 신경 손상이 크다는 신호이자, 척수의 통증 회로가 과흥분 상태로 굳어 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대상포진 환자를 보면 이 다섯 가지를 먼저 확인하고, 이런 요인이 겹칠수록 신경통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처음부터 통증 치료를 더 적극적으로 고려합니다.
급성기 치료 시점이 왜 중요한가요
대상포진후신경통은 일단 자리 잡으면 약으로 통증을 절반 이상 줄이는 환자가 절반이 되지 않으므로, 발진 초기에 신경통으로 남는 것을 막는 쪽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2]. 그런데 발진 직후에 흔히 하는 치료는 항바이러스제뿐이고, 이 약이 신경통을 막아 준다고 믿는 분이 많습니다. 항바이러스제는 발진이 난 지 72시간 안에 시작하는 것이 원칙이고 급성기 통증과 피부 회복에는 도움이 됩니다 [8]. 그러나 대상포진후신경통을 예방하는지에 대해서는 코크란 체계적 고찰에서 4개월 시점 신경통 발생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12].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 복제를 멈추는 약이지 이미 손상된 신경을 되돌리는 약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급성기에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합니다. 항바이러스제로 바이러스를 잡고, 별도로 통증을 충분히 조절해 신경과 척수가 과흥분 상태로 굳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이 두 번째 역할이 통증의학과가 맡는 부분이고, 시점이 늦어질수록 효과가 떨어집니다. 진료실에서 아쉬운 경우는 발진이 난 지 두세 달이 지나 "피부는 다 나았는데 통증이 안 없어진다"며 오시는 분들입니다. 그때도 치료 방법은 있지만, 발진 첫 몇 주에 왔더라면 선택지가 훨씬 많았을 것입니다.

발진이 난 때부터 신경통으로 남은 뒤까지, 시기마다 치료의 목표가 다릅니다. 시기 구분은 대략적이며 개인차가 있습니다.
급성기 신경차단은 정말 신경통을 예방하나요
급성 대상포진 환자에게 발진 초기에 척추주위 신경차단이나 경막외 차단을 반복 시행하면 3개월 뒤 대상포진후신경통이 남는 비율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것이 무작위 연구들을 모은 메타분석의 결론입니다 [13]. 무작위 연구 9편, 1,645명을 분석한 국내 메타분석에서 급성기 신경차단은 3개월 시점 신경통 발생을 상대위험 0.43으로 낮췄고, 6개월과 12개월에서는 차이가 더 벌어졌습니다 [13]. 개별 연구를 보면, 발진 초기 환자에게 이틀 간격으로 4회 척추주위 주사를 시행한 군은 1개월 뒤 통증이 남은 비율이 13%로, 약물만 쓴 군의 45%와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14]. 심각한 시술 부작용은 메타분석에서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13].
신경차단이 예방 효과를 내는 원리는 두 가지로 설명됩니다. 국소마취제가 손상된 신경에서 척수로 올라가는 통증 신호를 일정 시간 끊어 척수의 과흥분이 굳는 것을 막고, 함께 넣는 스테로이드가 신경절과 신경 주변의 염증을 줄여 손상 자체를 완화한다는 것입니다. 통증 신호를 "끊어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 번의 차단보다 며칠 간격의 반복이 결과를 가르는 이유가 설명됩니다.
얼굴이나 팔 쪽 대상포진에는 교감신경절인 성상신경절 차단을 병행합니다. 50세 이상 안면 대상포진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연구에서 발진 초기에 성상신경절 차단을 시행한 군은 급성기 통증 기간이 짧았고 3개월과 6개월 시점의 신경통이 적었습니다 [15]. 다만 메타분석에서 성상신경절 차단 단독의 예방 효과는 통계적으로 확실하지 않아 [13], 저는 얼굴·팔 대상포진에서 다른 차단과 함께 쓰는 보조 수단으로 봅니다.
신경차단은 언제, 몇 번 하나요
한 번의 주사로는 부족하며, 발진이 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시작해 며칠 간격으로 반복해야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같은 메타분석에서 한 차례만 시행한 경막외 주사는 첫 한 달의 통증만 줄이고 신경통 예방에는 효과가 없었던 반면(상대위험 0.89), 반복 시행한 척추주위 차단(0.37)과 반복 경막외 차단(0.34)은 뚜렷한 예방 효과를 보였습니다 [13]. 효과가 확인된 연구들은 대부분 발진 후 1~4주 사이에 시작해 여러 차례 시행한 것들입니다.
실제 시작 시점은 환자마다 다릅니다. 발진 초기부터 통증이 강하거나 위에서 본 위험 요인이 여럿 겹치는 분은 항바이러스제와 함께 이른 시기에 신경차단을 병행하는 쪽으로 기울고, 통증이 가볍고 위험 요인이 적은 분은 약으로 시작해 경과를 보다가 통증이 줄지 않거나 잠을 방해하면 차단을 더하는 식으로 조정합니다. 반복 횟수와 간격도 미리 정해 두지 않고 통증의 강도와 경과, 전신 상태를 보면서 정하며, 통증이 충분히 가라앉으면 중단합니다. 흉추 척추주위 차단은 폐가 바로 옆에 있어 저희는 초음파나 영상 유도로 바늘 위치를 확인한 뒤 시행하고, 시술 후 일시적인 저림·혈압 변화·당뇨 환자의 혈당 상승은 흔한 편이며 대개 하루 이틀 안에 지나갑니다. 효과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어떤 증상이면 이미 신경통이 남은 것인가요
대상포진을 앓았던 바로 그 피부 띠에, 물집이 아문 뒤에도 화끈거림·찌릿한 발작통·옷깃 스침에도 아픈 이질통이 남아 있으면 대상포진후신경통을 의심합니다 [2] [10]. 척수신경 하나는 몸 한쪽 피부를 가로 띠 모양으로 담당하므로, 바이러스가 한 신경절에서 깨어나면 통증도 한쪽에만, 띠 모양으로, 몸의 정중선을 넘지 않고 나타납니다. 국내 자료에서는 가슴·옆구리 띠가 절반 이상으로 가장 흔하고, 다음이 이마와 눈 주위(삼차신경 첫째 가지)입니다 [8].

척수신경 하나가 맡는 피부 띠(피부분절). 청록 박스가 대상포진이 가장 흔한 흉추 띠, 테라코타 원이 눈 합병증까지 걱정해야 하는 삼차신경 영역입니다. 그림: Gray's Anatomy(1918) 기반, Häggström(2014) 재작업, 퍼블릭도메인. 표시: 김현빈 원장.
이 병이 다른 병으로 오해받는 시점은 두 번입니다. 하나는 발진 전입니다. 환자의 약 4분의 3은 물집이 돋기 평균 4~5일 전부터 먼저 아프고 [16], 이 시기에는 피부에 아무것도 없어 위치에 따라 심장·담낭·요로결석·허리디스크·늑막염·치통으로 검사를 받기도 합니다 [17]. 끝까지 물집이 나지 않는 무발진 대상포진도 드물게 있어, 한쪽 몸통의 띠 모양 통증이 며칠 이어지면 감별에 넣습니다 [18]. 다른 하나는 발진이 나은 뒤입니다. 피부가 깨끗해졌으니 대상포진은 끝났다고 여기고 남은 통증을 담결림·근육통·갈비뼈 문제로 생각해 파스와 근육이완제로 몇 달을 보내는 경우입니다. 50세 이상 대상포진후신경통 환자의 60% 이상이 수면 방해를 호소할 만큼 [19]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통증인데, 그 몇 달이 치료가 가장 잘 듣는 시기와 겹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 구분 | 대상포진후신경통 | 담결림·근막통증 |
|---|---|---|
| 병력·피부 | 같은 자리에 대상포진 병력, 희미한 색소침착이나 흉터 | 무리한 동작·자세 뒤 시작, 피부 흔적 없음 |
| 통증 성격 | 지속되는 화끈거림에 전기 오듯 찌릿한 발작통이 섞임 | 뻐근하고 결리는 통증, 특정 동작에 심해짐 |
| 감각 | 스치면 아픈데(이질통) 찔러 보면 오히려 둔함 | 감각 정상 |
| 분포 | 한쪽, 띠 모양, 정중선을 넘지 않음 | 근육 위치에 따라 다양, 양쪽일 수 있음 |
| 누르면 | 근육 압통점 없음, 피부 접촉 자체가 아픔 | 뭉친 근육을 누르면 익숙한 통증 재현 |
| 파스·근육이완제 | 효과 거의 없음 | 대개 어느 정도 완화 |
가슴 쪽 통증이라면 어느 쪽이든 심장과 폐를 먼저 배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움직일 때 심해지고 쉬면 나아지는 압박감, 식은땀이나 숨참이 함께 오면 대상포진보다 심장 쪽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진료실에서는 어떻게 확인하나요
대상포진후신경통은 영상검사가 아니라 병력과 진찰로 진단하며, 언제 어디에 물집이 났고 지금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가 진단의 대부분입니다 [2]. 진찰에서는 색소침착이나 흉터가 남은 띠와 지금 아픈 부위가 겹치는지, 정중선을 넘지 않는지를 봅니다. 붓이나 면봉으로 가볍게 쓸어 통증이 유발되는지(이질통), 핀이나 차가운 금속을 대어 반대쪽과 비교해 감각이 떨어졌는지를 확인합니다 [10]. 신경병증성 통증 설문(DN4)은 10개 항목 중 4개 이상이면 신경병증성 통증일 가능성이 높으며 민감도 83%, 특이도 90%로 보고돼 [20], 근육 통증과 구분할 때 보조로 씁니다. 발진 없이 띠 모양 통증만 있어 무발진 대상포진이 의심되면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PCR)나 항체 검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8].
신경통으로 남았을 때 약은 어떤 순서로 쓰나요
대상포진후신경통에는 소염진통제가 아니라 신경의 과흥분을 가라앉히는 약을 쓰며, 국제 지침의 1차 약은 삼환계 항우울제, 가바펜틴·프레가발린, 둘록세틴입니다 [21]. 신경병증성 통증 약물 무작위 연구들을 모은 메타분석에서 통증을 절반 이상 줄이기 위해 치료해야 하는 환자 수(NNT)는 삼환계 항우울제 3.6, 둘록세틴 6.4, 가바펜틴 7.2, 프레가발린 7.7이었고, 트라마돌은 4.7, 강한 마약성 진통제는 4.3이었습니다 [21]. 숫자만 보면 삼환계 항우울제가 가장 효율적이지만, 대상포진후신경통 환자 대부분이 고령이라 부작용이 약 선택을 좌우합니다.
| 약물 | 자리 | 장점 | 주의할 점 |
|---|---|---|---|
| 삼환계 항우울제(노르트립틸린 등) | 1차 | 효과가 가장 좋은 편(NNT 3.6) | 입마름·어지럼·변비, 고령에서 부정맥·낙상 위험. 소량으로 시작 |
| 가바펜틴·프레가발린 | 1차 | 약물 상호작용 적음 | 졸림·어지럼·부종. 신장 기능에 맞춰 용량 조절 |
| 둘록세틴 | 1차 | 우울·수면 문제 동반 시 유리 | 메스꺼움, 혈압 상승 |
| 리도카인 5% 패치 | 국소 1차(고령) | 전신 부작용 거의 없음 | 근거 수준은 낮음. 이질통 부위에 붙임 |
| 트라마돌 | 2차 | 빠른 효과 | 어지럼·구역, 세로토닌 증후군 주의 |
| 강한 마약성 진통제 | 3차, 제한적 | 단기 효과 | 의존·변비·인지 저하. 되도록 쓰지 않음 |
피부에 붙이는 리도카인 패치는 코크란 고찰에서 근거의 질이 높지 않다고 평가됐지만 [22], 전신 부작용이 거의 없어 이질통이 뚜렷한 고령 환자에게 먹는 약과 함께 먼저 시도하기 좋은 선택입니다. 트라마돌 같은 약한 마약성 진통제는 2차, 강한 마약성 진통제는 되도록 제한하는 것이 국제 지침과 대한통증학회 2026년 난치성 대상포진후신경통 지침의 공통된 입장입니다 [21] [23]. 저는 고령 환자에게는 리도카인 패치와 소량의 가바펜틴 계열로 시작해 1~2주 간격으로 용량을 올리고, 수면 장애가 심하면 삼환계 항우울제를 저녁에 소량 더하는 식으로 조합합니다. 약은 통증이 사라진 뒤에도 몇 주 유지하다가 서서히 줄이며, 반응과 부작용은 개인차가 큽니다.
만성기에도 신경차단이나 교감신경차단이 도움이 되나요
약으로 조절이 부족한 대상포진후신경통에는 척추주위·경막외 신경차단을 이어 가며 통증을 조절하는 것이 대한통증학회 2026년 난치성 지침에서 조건부로 권고됩니다 [23]. 급성기와 달리 만성기의 신경차단은 "예방"이 아니라 "조절"이 목표입니다. 이미 굳은 통증 회로를 되돌리지는 못해도, 차단으로 통증이 줄어드는 기간 동안 잠을 자고 움직이고 약 용량을 낮출 수 있어 악순환을 끊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만성기에는 차단을 정해진 주기로 반복하지 않고, 차단 뒤 통증이 줄어드는 폭과 기간을 보고 다음 차단 여부를 정합니다. 국소마취제 효과로 며칠만 좋았다가 같은 상태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면 그 다음 단계를 검토할 신호로 봅니다.
얼굴·머리·팔의 대상포진후신경통에는 성상신경절 차단을 함께 씁니다. 손상된 신경 주변의 교감신경이 과민해져 통증을 키우는 경우가 있어, 교감신경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면 화끈거림과 이질통이 줄어드는 분이 있습니다. 급성기에서는 예방 효과가 보고됐지만 [15] 만성기 단독 효과의 근거는 제한적이라, 저는 반응을 보고 계속할지 정하는 시험적 치료로 설명합니다.
박동성 고주파와 그 밖의 시술은 언제 검토하나요
1차 약을 충분히 쓰고 신경차단을 더했는데도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대상포진후신경통에는 후근신경절 박동성 고주파가 우선 권고되는 시술입니다 [23]. 이 시술은 바이러스가 잠복했던 바로 그 신경절에 가는 바늘을 대고 짧은 전기장을 반복해 주어 통증 신호 전달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신경을 태우는 고주파와 달리 신경 손상을 남기지 않습니다. 국내 연구에서 시술 4주 뒤 통증이 절반가량 줄고 12주까지 유지됐으며 합병증은 없었습니다 [24]. 대한통증학회 지침은 근거 수준은 낮지만 안전성과 임상 경험을 근거로 강하게 권고했습니다 [23]. 전용 고주파 장비와 충분한 시술 시간이 필요한 치료라 국내에서는 주로 대학병원 통증센터에서 시행하며, 저희 진료실에서 적응이 된다고 판단되면 의뢰해 드립니다.
그 밖의 선택지도 있습니다. 보툴리눔 톡신을 아픈 피부 밑에 여러 점으로 주사하는 방법은 무작위 연구 14편을 모은 메타분석에서 효과가 확인됐지만 [25] 국내에서는 아직 허가 외 사용이며 지침에서도 조건부 권고입니다 [23]. 이 모든 치료에도 조절되지 않는 통증에는 척수자극술을 고려할 수 있고, 단기 척수자극술과 박동성 고주파를 비교한 메타분석도 나와 있습니다 [26]. 시술 단계로 갈수록 근거는 얇아지고 비용과 부담은 커지므로, 이 단계에 이르기 전인 급성기에 막는 것이 최선이라는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오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좋아지기도 하나요
대상포진후신경통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나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일부는 1년을 넘겨 이어지므로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50세 이상 대상포진 환자를 추적한 전향 연구에서 발진 90일 시점에 통증이 있던 환자는 24%였고 180일에는 13%로 줄어, 3개월 시점 신경통의 절반가량이 6개월 사이에 호전됐습니다 [19]. 반면 체계적 고찰에서는 3개월을 넘긴 신경통의 30% 이상이 1년 넘게 지속됐습니다 [7]. 어느 쪽이 될지 처음에 알 수 없고, 기다리는 몇 달 동안 잠과 기분과 활동이 함께 나빠지므로, 자연 회복을 기대하더라도 그동안 통증을 조절하는 치료를 병행하는 편이 낫습니다.
백신으로 대상포진후신경통을 막을 수 있나요
가장 확실한 예방은 대상포진 자체를 막는 것이며,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은 50세 이상에서 대상포진을 약 97%, 대상포진후신경통을 약 89~91% 줄였습니다 [27] [28]. 50세 이상 15,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연구에서 백신의 대상포진 예방 효과는 97.2%였고 [27], 70세 이상만 따로 본 연구에서도 89.8%로 나이가 들어도 효과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으며 신경통 예방 효과는 88.8%였습니다 [28]. 국내에서는 50세 이상 성인과 면역저하 성인에게 2회 접종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대상포진을 이미 앓은 분도 재발할 수 있으므로 피부가 완전히 아문 뒤 접종을 고려할 수 있으며, 시기와 비용은 진료 때 상의합니다. 급성기 치료의 시점을 이야기하는 글이지만, 신경통을 막는 가장 앞선 시점은 대상포진이 생기기 전이라는 점도 함께 말씀드립니다.
이럴 때 진료를 받아 보세요
- 대상포진 물집이 막 생겼는데 통증이 중등도 이상이거나, 물집이 나기 전부터 아팠을 때(급성기 신경차단을 검토할 시기)
- 60세 이상이거나 발진이 넓거나 눈 주위·귀에 물집이 났을 때 — 신경통과 합병증 위험이 높아 미루지 말고 바로 진료가 필요합니다
- 대상포진 피부가 나은 뒤에도 그 자리에 화끈거림이나 찌릿한 통증이 2주 이상 이어질 때
- 옷깃·이불이 스치기만 해도 아프고, 파스와 근육이완제로 나아지지 않을 때
- 발진 없이 한쪽 몸통에 띠 모양 통증이 며칠째 계속될 때
- 신경통 약을 복용 중인데 통증으로 잠을 못 자거나 부작용으로 용량을 올리기 어려울 때
대상포진후신경통은 발진 첫 몇 주에 무엇을 했는지에 따라 이후 몇 달, 몇 년이 달라지는 병입니다. 저희 의료진은 마취통증의학과(통증의학) 전문의로, 급성기에는 항바이러스 치료와 함께 신경차단으로 신경통이 남는 것을 막고, 이미 남은 신경통은 약물과 신경차단으로 비수술적으로 조절하며, 박동성 고주파나 척수자극술이 필요한 경우를 가려 의뢰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이런 점이 궁금합니다
대상포진 물집이 막 생겼는데 통증의학과에도 가야 하나요
항바이러스제는 피부과나 내과에서 시작해도 되지만, 통증이 중등도 이상이거나 나이가 많거나 물집이 나기 전부터 아팠거나 눈 주위에 생겼다면 대상포진후신경통으로 남을 위험이 높은 분이므로 발진 초기부터 통증 치료를 함께 받는 것이 좋습니다. 급성기 신경차단을 반복 시행하면 3개월 뒤 신경통이 남는 비율이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는 메타분석이 있고, 이 효과는 발진이 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시작해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통증이 가볍고 젊은 분은 약만으로 지켜봐도 됩니다. 효과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대상포진후신경통 예방 신경차단은 한 번만 맞아도 되나요
한 번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급성기 신경차단의 예방 효과를 분석한 메타분석에서 한 차례만 시행한 경막외 주사는 한 달 정도 통증만 줄이고 장기 예방 효과가 없었던 반면, 여러 차례 반복한 척추주위 차단이나 경막외 차단은 3개월과 12개월 시점의 신경통을 뚜렷이 줄였습니다. 저희 진료실에서는 발진 초기 통증의 강도와 경과를 보면서 반복 횟수를 정하고, 통증이 충분히 가라앉으면 중단합니다. 반복 간격을 미리 고정하지는 않습니다.
대상포진후신경통 약은 진통제와 무엇이 다른가요
소염진통제는 신경 손상으로 생기는 통증에는 잘 듣지 않아, 신경통에는 신경의 과흥분을 가라앉히는 약을 씁니다. 국제 지침의 1차 약은 삼환계 항우울제, 가바펜틴·프레가발린, 둘록세틴이고, 국소 부작용만 있는 리도카인 패치는 고령 환자에게 먼저 시도하기 좋은 선택입니다. 삼환계 항우울제는 효과가 좋은 편이지만 고령에서 입마름·어지럼·부정맥 위험이 있어 소량으로 시작하고, 가바펜틴 계열은 졸림과 어지럼을 보며 신장 기능에 맞춰 용량을 조절합니다. 강한 마약성 진통제는 되도록 쓰지 않습니다.
대상포진후신경통이 1년 넘게 계속되는데 방법이 있나요
있습니다. 1차 약을 충분히 썼는데도 통증이 남아 있다면 척추주위·경막외 신경차단으로 통증을 조절하면서, 그래도 부족하면 후근신경절 박동성 고주파를 검토합니다. 신경을 태우지 않고 전기장으로 통증 신호를 조절하는 시술로, 대한통증학회 2026년 난치성 대상포진후신경통 지침에서 우선 권고된 방법입니다. 이 시술과 척수자극술은 주로 대학병원 통증센터에서 시행하므로 적응이 된다고 판단되면 의뢰해 드립니다. 오래된 신경통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려워도 잠과 일상을 지킬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대상포진을 이미 앓았는데 백신을 맞을 필요가 있나요
대상포진은 재발할 수 있어서, 이미 앓은 분도 재발과 대상포진후신경통 예방을 위해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50세 이상 무작위 연구에서 이 백신은 대상포진을 약 97%, 70세 이상에서도 약 90% 예방했고 대상포진후신경통도 약 89~91% 줄였습니다. 국내에서는 50세 이상과 면역저하 성인에게 2회 접종으로 쓰입니다. 급성기가 지나 피부가 완전히 아문 뒤 접종 시기를 정하며, 비용과 일정은 진료 때 상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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