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예방
발목 삐었을 때 얼음찜질, 해도 될까 — PEACE & LOVE가 말하는 것
발목을 삐면 냉동실 문부터 열게 됩니다. 얼음팩을 대고 발을 올린 채, 며칠 쉬면 될까를 계산하죠. 그런데 요즘은 RICE 대신 PEACE & LOVE라며 얼음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돌아다닙니다. 두 쪽짜리 글 하나에서 시작된 이 약어가 실제로 무엇을 바꿨고 무엇은 바꾸지 않았는지, 근거를 하나씩 따라가 봤습니다.
- 글쓴이
- 정진영 대표원장 · 통증의학 전문의 · 직접 달리는 의사
- 주제
- 급성 연부조직 손상의 초기 처치 원칙과 그 근거
- 발행일
- 2026년 9월 16일
RICE는 왜 PEACE & LOVE로 바뀌었을까요
두 약어의 차이는 다친 뒤 며칠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있습니다.
RICE는 휴식·얼음·압박·거상 네 글자입니다. 다들 이렇게 배웠고, 저도 그랬습니다. 2020년 영국스포츠의학저널에는 연부조직 손상에 필요한 것은 PEACE와 LOVE라는 두 쪽짜리 논평이 실렸습니다 [1]. 초기에는 보호하고, 그 뒤에는 통증이 허락하는 만큼 일찍 움직이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자는 제안입니다.
먼저 그어 둘 선이 있습니다. 이 글은 임상시험이 아닙니다. 새 치료법을 통째로 증명한 논문도, 기존 지침을 공식적으로 대체한 문서도 아닙니다 [1]. 약어를 외우기 좋게 묶어 놓은 정리에 가깝고, 그 안의 각 항목이 저마다 다른 수준의 근거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씩 뜯어봐야 합니다.
얼음찜질은 실제로 무엇을 해 주나요
얼음은 아픈 동안 통증을 줄이는 수단이고, 회복 자체를 앞당기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무작위시험을 모은 2004년 고찰은 22편을 검토했는데 연구의 질이 평균 3.4점(10점 만점)이었고, 얼음을 어떻게 얼마나 대는 것이 나은지는 답을 내지 못했습니다 [2]. 발목 염좌에서 RICE 네 항목을 따로 본 2012년 고찰도 11편 868명을 모아 놓고 어느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가릴 근거가 부족하다고 적었습니다 [3].
방식을 비교한 시험은 있습니다. 발목을 삔 89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20분 연속으로 얼음을 댄 쪽과 10분씩 끊어서 댄 쪽을 견줬더니, 첫 주 활동 중 통증에서는 끊어서 댄 쪽이 나았습니다. 다만 일주일 뒤의 기능이나 붓기, 가만히 있을 때의 통증에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4].
읽고 나면 얼음의 자리가 어디쯤인지 감이 옵니다. 아플 때 통증을 덜어 주는 보조 수단. 그 이상을 기대할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쓰신다면 피부에 직접 대지 말고 천을 한 겹 두시고, 짧게 쓰면서 피부를 확인하세요. 얼음팩을 댄 채로 잠드는 것만은 피하시고요.
처음 며칠의 PEACE는 무엇을 하라는 말인가요
PEACE는 다친 직후 하루에서 사흘쯤, 조직이 더 상하지 않게 지키면서 무엇을 다쳤는지 파악하라는 묶음입니다.
다섯 글자는 보호(Protection), 올리기(Elevation), 항염 처치에 대한 주의(Avoid anti-inflammatories), 압박(Compression), 교육(Education)입니다 [1]. 날짜를 정확히 채우는 것보다 손상 정도와 통증에 맞춰 조절하는 쪽이 중요합니다.
- 통증을 만드는 동작과 달리기를 덜어내고, 필요하다면 보호대나 목발의 도움을 받습니다.
- 압박은 발끝이 저리거나 색이 변할 만큼 조이지 않습니다. 잠자리에 들 때는 풀어 두고 아침에 새로 감습니다. 감고 나서 저릿하면 한 번 풀었다가 여유를 두고 다시 감으면 됩니다.
- 붓기가 불편하면 다리를 올립니다.
마지막 E가 진료실에서 제일 자주 걸리는 항목입니다. 무엇을 다쳤고 언제부터 무엇을 해도 되는지 듣는 것까지가 초기 처치라는 이야기니까요. 설명 없이 사흘을 보내면 대개는 겁이 나서 더 안 움직이게 됩니다.
소염제도 쓰면 안 된다는 뜻일까요
A에 해당하는 항염 처치 주의 항목은 PEACE & LOVE에서 근거가 가장 갈리는 대목입니다.
염증이 회복 과정의 일부라는 점에서 제안된 항목입니다 [1]. 그런데 근거를 들여다보면 방향이 하나로 모이지 않습니다.
1995년 토끼 실험에서는 소염제를 6일 쓴 쪽이 3일과 7일에 기능 회복이 앞섰다가 28일 시점에 토크와 힘에서 손해를 봤습니다 [6]. 이 계열의 결과를 정리한 2012년 리뷰는 초기의 이득이 장기적으로 유지되지 못하거나 회복 결손으로 상쇄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7]. 반대편도 있습니다. 사람의 다리 근육을 전기자극으로 손상시킨 뒤 이부프로펜을 하루 1,200mg 먹인 연구에서는 위성세포가 활성화되고 재생이 빨라졌습니다 [8].
토끼와 실험실 손상 모델의 결과를 보도블록 턱에서 꺾인 발목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발목 염좌 진료지침은 소염제를 통증과 붓기에 쓸 수 있다고 하면서, 자연 치유 과정을 억누를 가능성도 같은 문장에 적어 두었습니다 [5].
제 입장은 이렇습니다. 무엇을 다쳤는지 확인한 뒤 정해진 기간 동안 염증과 통증을 눌러 두는 처방은, 그 사람이 재활을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치료입니다. 아파서 발을 못 딛는 사람에게 부하를 다시 걸라고 말하는 건 앞뒤가 안 맞으니까요. 어떤 손상인지, 얼마나 아픈지, 먹고 있는 약이나 지병이 있는지를 함께 보고 정할 일입니다. 약 이름을 두고 찬반을 가릴 문제로 만들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처방받은 약을 혼자 판단해 끊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그다음 LOVE는 언제 시작하나요
LOVE는 다친 곳을 계속 아껴 두는 대신, 허용되는 움직임부터 되찾자는 쪽입니다.
부하(Load), 낙관(Optimism), 혈류를 늘리는 활동(Vascularisation), 운동(Exercise) [1]. 이 절반은 앞의 절반보다 근거가 붙어 있는 편입니다.
발목 염좌 101명을 나눠 한쪽은 첫 주부터 운동을 시작하게 한 시험에서, 초기 기능은 운동을 한 쪽이 좋았고 16주 시점의 재손상 비율은 두 집단이 같았습니다 [9]. 재활 연구 14편 2,182명을 모은 2022년 분석에서는 운동 기반 재활을 한 쪽의 12개월 재손상이 더 적었습니다 [10]. 발목 염좌 진료지침도 감독 아래 하는 운동 프로그램을 수동적인 치료보다 앞에 둡니다 [5].
순서는 걷기, 관절 움직임, 근력과 균형을 되찾고 그다음 달리기입니다. 다친 곳을 아프게 하지 않는 자전거 같은 유산소 활동도 그 사이를 채웁니다. 사흘이 지났으니 뛰어도 된다는 말로는 읽지 마세요. 손상이 심하면 보호 기간도 진행 속도도 달라집니다.
지난해 9월, 저도 2주쯤 달리기를 쉬어야 했습니다. 그때 일립티컬을 네 번 탔는데, 다친 곳을 아프게 하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은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이 약어에 맞춰 보면 V에 해당하는 자리였던 셈이죠.
발목 염좌를 실제로 어떤 순서와 기준으로 재활하고 언제 달리기로 돌아가는지는 발목 염좌 재활과 복귀 글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집에서 며칠 지켜보면 안 되는 경우는 언제인가요
PEACE를 시작하기 전에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뼈나 큰 힘줄이 상했는지입니다.
다친 그 순간에도 지금도 네 걸음을 떼기 힘들다면, 또 복숭아뼈 둘레를 눌렀을 때 뼈에서 통증이 또렷하게 올라온다면 골절부터 확인해야 할 수 있습니다. 발등 안쪽 뼈나 새끼발가락으로 이어지는 뼈의 발목 쪽 끝을 눌러 아픈 것도 진찰에서 짚는 대목입니다 [5].
뛰던 중 뒤꿈치 위에서 뚝 하는 느낌을 받았고 발끝으로 서기가 안 된다면, 그건 힘줄 쪽을 봐야 하는 신호입니다. 발이 차갑게 식거나 감각이 무뎌질 때, 붓기와 통증이 빠른 속도로 심해질 때도 집에서 처치만 붙들고 있을 상황은 아닙니다.
뼈가 의심될 때도 같은 원칙을 쓸 수 있나요
PEACE & LOVE는 인대·근육·힘줄을 두고 쓴 제안이고, 뼈 손상이 의심되는 상황에는 그대로 적용하지 않습니다.
피로골절이 의심되는 뼈 통증에 연부조직용 통증 기준을 가져와 계속 뛰어도 된다고 판단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특정 뼈 부위가 달릴수록 더 아프거나 걷기에서도 아프다면, 통증 점수로 허용치를 재는 대신 달리기를 멈추고 원인을 확인합니다. 신스플린트와 피로골절의 구분은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처음 찍은 엑스선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손상이 있습니다. 의심이 가시지 않으면 검사를 더하거나 시간을 두고 다시 봅니다.
통증이 생기면
삐끗한 다음 날, 광화문·종각 일대에서 절뚝이며 출근하시는 분들을 자주 뵙습니다. 첫 진료에서는 골절이나 큰 힘줄 손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지금 허용할 활동을 정합니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지 앉아서 일하는지, 가까운 대회가 있는지에 따라 드릴 설명이 달라집니다. 달린 뒤 발목이나 무릎이 아픈 경우 어느 시점에 진료가 필요한지도 정리해 두었고, 다치기 전에 훈련량을 어떻게 올릴지는 10퍼센트 규칙을 다룬 글을 참고하세요. 저희는 직접 달리는 마취통증의학과(통증의학) 전문의가 러너의 통증을 진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이런 점이 궁금합니다
발목을 삐었을 때 얼음찜질을 해도 되나요
급성 연부조직 손상에서 얼음은 아픈 동안 통증을 줄이는 용도로 지금도 씁니다. 얼음을 오래 댄다고 회복까지 앞당겨지는지는 연구로 확인되지 않았고, 몇 분이 최적인지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쓸 때는 피부에 직접 대지 말고 천을 한 겹 사이에 두며, 감각이 둔하거나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는 부위라면 먼저 의료진에게 물어보시고, 얼음팩을 댄 채로 잠들지는 마세요.
PEACE and LOVE는 무슨 뜻인가요
2020년 영국스포츠의학저널에 실린 급성 연부조직 손상 관리 제안의 약어입니다. 앞의 PEACE는 다친 직후 며칠의 보호, 올리기, 항염 처치에 대한 주의, 압박, 교육을 가리키고, 뒤의 LOVE는 그 뒤의 부하, 낙관, 혈류를 늘리는 활동, 운동을 가리킵니다. 두 쪽짜리 논평이며 새 치료법을 시험으로 증명한 연구는 아니라는 점은 알고 읽는 편이 좋습니다.
다친 뒤 소염제를 먹으면 회복이 느려지나요
사람에게서 그렇다고 결론이 난 것은 아닙니다. 토끼 실험에서는 초기 회복이 빨랐다가 4주 시점의 근력이 떨어졌고, 사람의 다리 근육을 실험적으로 손상시킨 연구에서는 오히려 재생이 빨랐습니다. 발목 염좌 진료지침은 소염제를 통증과 붓기에 쓸 수 있다고 하면서 자연 치유 과정을 억누를 가능성도 함께 적어 두었습니다. 진단을 받고 필요한 기간 동안 쓰는 약은 재활을 시작하게 돕는 치료이고, 처방받은 약을 스스로 끊는 일은 권하지 않습니다.
피로골절이 의심될 때도 PEACE and LOVE를 적용하나요
PEACE and LOVE는 인대, 근육, 힘줄 같은 연부조직 손상을 두고 쓴 제안입니다. 특정 뼈 부위가 달릴수록 더 아프거나 걷기에서도 아프다면 이 원칙의 통증 기준을 가져와 계속 달려도 된다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달리기를 멈추고 진찰과 필요한 영상검사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이며, 초기 엑스선에 보이지 않는 손상도 있어 의심이 남으면 경과를 다시 봅니다.
참고문헌
- [1]Dubois B, Esculier JF. Soft-tissue injuries simply need PEACE and LOVE.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20;54(2):72-73. doi:10.1136/bjsports-2019-101253 PMID: 31377722. https://pubmed.ncbi.nlm.nih.gov/31377722/
- [2]Bleakley C, McDonough S, MacAuley D. The use of ice in the treatment of acute soft-tissue injury: a systematic review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04;32(1):251-261. doi:10.1177/0363546503260757 PMID: 14754753. https://pubmed.ncbi.nlm.nih.gov/14754753/
- [3]van den Bekerom MP, Struijs PA, Blankevoort L, Welling L, van Dijk CN, Kerkhoffs GM. What is the evidence for rest, ice, compression, and elevation therapy in the treatment of ankle sprains in adults? Journal of Athletic Training. 2012;47(4):435-443. doi:10.4085/1062-6050-47.4.14 PMID: 22889660. https://pubmed.ncbi.nlm.nih.gov/22889660/
- [4]Bleakley CM, McDonough SM, MacAuley DC, Bjordal J. Cryotherapy for acute ankle sprains: a randomised controlled study of two different icing protocols.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06;40(8):700-705. doi:10.1136/bjsm.2006.025932 PMID: 16611722. https://pubmed.ncbi.nlm.nih.gov/16611722/
- [5]Vuurberg G, Hoorntje A, Wink LM, et al. Diagnosis, treatment and prevention of ankle sprains: update of an evidence-based clinical guideline.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18;52(15):956. doi:10.1136/bjsports-2017-098106 PMID: 29514819. https://pubmed.ncbi.nlm.nih.gov/29514819/
- [6]Mishra DK, Fridén J, Schmitz MC, Lieber RL. Anti-inflammatory medication after muscle injury. A treatment resulting in short-term improvement but subsequent loss of muscle function. Journal of Bone and Joint Surgery (American). 1995;77(10):1510-1519. doi:10.2106/00004623-199510000-00005 PMID: 7593059. https://pubmed.ncbi.nlm.nih.gov/7593059/
- [7]Mackey AL, Mikkelsen UR, Magnusson SP, Kjaer M. Rehabilitation of muscle after injury — the role of anti-inflammatory drugs. Scandinavian Journal of Medicine & Science in Sports. 2012;22(4):e8-e14. doi:10.1111/j.1600-0838.2012.01463.x PMID: 22449131. https://pubmed.ncbi.nlm.nih.gov/22449131/
- [8]Mackey AL, Rasmussen LK, Kadi F, et al. Activation of satellite cells and the regeneration of human skeletal muscle are expedited by ingestion of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medication. FASEB Journal. 2016;30(6):2266-2281. doi:10.1096/fj.201500198R PMID: 26936358. https://pubmed.ncbi.nlm.nih.gov/26936358/
- [9]Bleakley CM, O'Connor SR, Tully MA, et al. Effect of accelerated rehabilitation on function after ankle sprain: randomised controlled trial. BMJ. 2010;340:c1964. doi:10.1136/bmj.c1964 PMID: 20457737. https://pubmed.ncbi.nlm.nih.gov/20457737/
- [10]Wagemans J, Bleakley C, Taeymans J, et al. Exercise-based rehabilitation reduces reinjury following acute lateral ankle sprain: a systematic review update with meta-analysis. PLoS One. 2022;17(2):e0262023. doi:10.1371/journal.pone.0262023 PMID: 35134061. https://pubmed.ncbi.nlm.nih.gov/35134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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